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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른다 - 오건영 님 에세이

category 경제 2023. 6. 4. 08:18



뉴욕 증시는 예상을 웃돈 고용 지표에 환호하면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미국 고용 지표는 1월 이후 둔화되다가 다시금 뛰어오르면서 재차 30만개 이상의 일자리 증가세를 보여주었죠. 5.0%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한 상황에서도 이 정도의 강한 고용 지표를 나타낸다는 것 자체가 참 대단합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얘기가 힘을 잃으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다시금 힘을 얻게 되었죠.





미국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나스닥과 같은 기술주보다는 러셀 2000의 중소형주들이 일제히 강한 흐름을 보여주었구요, 연초 이후 정체기를 보내던 다우존스 지수도 2%대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S&P500지수도 나스닥보다, 나스닥도 나스닥 100보다 강한 흐름을 보여주었죠.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그리고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불안한 주식들보다는 완전 자산에 가까운 빅테크로의 쏠림이 컸는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커지면서 그 동안 소외되었던 주식들의 랠리가 나타난 겁니다. 마치 2020년 11월 백신 발표 당시의 흐름과 매우 비슷해 보이네요. 성장을 읽으면서 미국의 장단기 금리는 모두 뛰어올랐구요, 달러 역시 강세를 보였습니다. 미국 성장 둔화를 먹고 사는 자산인 금 가격은 예리하게 하락했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면서 국제 유가 역시 상승했습니다. 전형적인 미국의 차별적 성장에 포커스를 맞춘 강세장이라고 볼 수 있죠.





물가는 안정되고 있는데 성장은 정말 강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한 성장과 안정된 물가.. 이만큼 주식 시장에 좋은 환경이 과연 존재할까요? 인플레이션은 지난 해 6월 9.1%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빠르게 하락하면서 4.9%로 내려왔죠. 이번 달에는 기저효과를 보다 강하게 반영하면서 4%대 초반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물론 근원이나 MoM은 주춤할 듯 합니다) 안정적 성장과 저물가.. 이른 바 골디락스 환경 아닐까요. 자산 가격 강세의 이유가 될 겁니다.





다만 이번에 다시금 튀어오른 미국의 고용 지표를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좀 하게 됩니다. 고용 지표가 다시금 강해졌죠. 그리고 자산 시장, 특히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산 가격의 상승과 급여 소득의 증가는 소비를 이어가게 할 수 있겠죠. 소비의 지속은 수요의 확대를, 수요의 확대는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 안정에는 하나의 태클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요가 탄탄하게 버텨주는 만큼 기업들은 지금까지 오른 물가 상승, 즉 비용의 상승을 가격에 전가하면서 가계의 소비 부담을 늘리겠죠. 가격 전가는 인플레이션을 다시금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괜챦다… 소비자물가지수 더 내려올 것이고… 그렇게 걱정하는 근원 CPI도 미국의 임대료가 이제 내려올 수순인 만큼 머지 않았다… 라는 의견을 주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맞는데요… 지난 5월 말 이런 기사가 나왔죠.  





“미국 집값, 두 달 연속 반등.. S&P ‘하락세 끝났을지도 모른다’”(중앙일보, 23. 5. 31)



미국 주택 가격이 반등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주택 가격의 반등은 시차를 두고 임대료를 다시금 밀어올리거나.. 혹은 낮아지는 임대료의 추가 안정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겠죠.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구요, 연준 이사 역시 비슷한 고민을 토로합니다. 인용해보죠.



“연준 당국자들은 최근 수개월 공개 발언에서 임대료가 내려가면 결국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수치도 낮아질 것이라며, 임대료 둔화에 따른 인플레 둔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해 왔다.  하지만 이날 보우먼 이사는 보스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주택 가격이 최근 안정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연준의 노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뉴스핌, 23. 6. 1)





네, 주택 가격의 재상승은 충분한 임대료 하락의 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임대료 하락을 어느 정도 감안하면서 물가 안정을 예상하고 있던 연준이 당혹스러워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고민할 수 밖에 없게 하겠죠. 이번에는 지난 5월 중순 발표된 4월 CPI관련 기사를 보시죠.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4% 각각 상승했다. 이 또한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앞서 3월에 근원 CPI(전년 대비 5.6%)가 반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긴 만큼 이달에도 '끈적한 근원물가'가 재확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었다.





세부적으로는 주택임차료를 비롯한 주거 비용이 전년 대비 8.1%, 전월 대비 0.4% 뛰어올라 전체 인플레이션을 견인했다. 휘발유, 중고차 가격도 4.4% 상승했다.”(아시아경제, 23. 5. 10)







네.. 4월 CPI는 끈적한 근원물가를 확인하게 해주었는데요… 두번째 문단을 보시면 중고차 가격이 다시금 상승한 것 역시 이런 물가 안정에 악영향을 주었다는 점이 나옵니다. 중고차 가격이 안정되면서 연초 인플레이션 수치가 빠르게 낮아지는데 긍정적 영향을 주었는데요, 이게 다시 올라온 겁니다.





이걸 보면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죠. 중고차 가격이 갑자기 올랐는데.. 이거 금방 내릴거야.. 돈 워리 비 해피.. 라는 입장과…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든 줄 알았던 중고차 가격의 반등이 여기 치료하면 저기 나빠지고.. 저기 치료하면 여기 나빠지는… 참 이상한 인플레이션을 만든다는…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죠. 지금까지 얘기를 정리하면요… 고용이 다시 튀었고… 자산 시장이 강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도 반등했구요, 중고차 가격도 다시금 상승했습니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단어는 ‘다시 반등’했다는 거죠.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끈질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두통 환자가 있다고 해보죠. 그 환자는 머리가 너무 아플 때 쵸코렛을 먹어왔죠. 단 것을 먹으면 두통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두통이 너무 심해지니 쵸코렛을 더 많이 먹었구요… 너무 많이 먹다보니.. 망할 당뇨가 온 겁니다. 그럼 두통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쵸코렛을 먹을 수가 없겠죠. 단 음식을 금식하면서 버티려니 정말 머리도 아프고.. 당뇨로 인해 고생도 하고… 정말 이중고입니다. 그런데 다행히 당 수치가 최고 500까지 올랐다가(100이 기준치라고 가정해봅니다) 이게 300까지 내려온 겁니다. 수치가 좀 내려오면서 당뇨 부담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구요.. 수치가 뚜렷하게 내려오는 추세에 있으니 이젠 당뇨 극복이 거의 확실시 되는 걸로 보인 rwy. 그래서 이젠 머리 아픈 것을 극복하고자 다시 단 음식을 먹기 시작한 겁니다. 당뇨도 해소되고… 단 것 먹으면서 머리 아픈 것도 좀 나아지니..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요… 이런 소식이 들려온 거죠. 당 수치가 다시 올라왔다구요… T.T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죠. 금리 인상이 물가를 제어하면서 인플레가 둔화되자 성장 부양을 위해 금리 인상을 멈추고자 합니다. 금리 인상을 멈추고자 하는 정책은 시장에 피벗 기대를 크게 확대시키는 시그널로 작용하죠. 그러나 성장이 다시금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만듭니다. 물가는 안정되고 성장도 좋아지니… 골디락스의 행복을 시장은 만끽할 수 있겠죠. 위의 케이스와 좀 비슷하지 않나요? 이런 패턴이 이어지면 다시금 물가가 반등하거나.. 물가가 안정되는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이런 기사가 나오죠.





“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인 5명 중 1명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인식했다. 하지만 최근 갤럽 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이민·총기 문제 등 다른 이슈가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플레이션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WSJ는 사람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면서, 이는 결국 매우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높은 물가에 둔감해질수록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결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깊은 경기침체' 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치 2% 포기' 중 하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뉴시스, 23. 5. 11)



네.. 미국인 대상 설문에서 최근 인플레 문제를 최우선시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었다고 하죠. 물가가 안정되어서 그런 건가요? 물가 상승률이 안정된 거이지 물가가 내려온 것은 아니죠. 인플레이션이 2년 이상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사람들의 적응력이 엄청 강해진 것이라고 WSJ은 해석하고 있죠. 네..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경우에 이런 흐름이 보다 강해지게 됩니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죠. 기사 하나 더 보겠습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을 목표 2%로 낮추기 위한 장기전(long battle)에 직면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에서 물가가 마침내 하락하고 있지만 기저의 핵심 물가의 압력은 여전히 높다는 설명이다.





FT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을 종합해 미국에서 현 단계의 물가상승은 광범위한 서비스 부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이러한 압박을 낮추려면 연준의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략)노동 시장이 뜨거워지며 임금이 올라 미국인들은 높은 가격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했다. 결국 연준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FT는 설명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험로 뿐 아니라 고착화하는 것도 우려한다"며 일단 고착화한 인플레이션이 궤도를 이탈하기는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뉴시스, 23. 5 .16)



네.. 이 기사는 파이낸셜타임즈(FT) 기사인데요.. 연준이 2%로 물가를 잡아내리려면 장기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날리고 있죠. 이런 비슷한 맥락에서 골드만삭스 CEO는 이런 얘기를 했죠.



“골드만 CEO ‘인플레 더 고착화 예상.. 금리 관련 시장 견해와 달라”(연합인포맥스, 23. 5. 21)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보다 커지고 있는 듯 하죠. 바로 앞에 인용한 세개의 기사는 모두 5월 중순에 보도된 것들입니다. 이후 자산 가격의 상승세는 보다 강해졌고 보다 뜨거운 고용 지표 등이 발표된 것으로 봐서는 인플레 고착화에 대한 경고가 앞으로 보다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고착화… 고질병이 되면 참 안좋습니다. 당장은 머리가 아프지 않겠지만… 이게 멀리보면 당뇨가 정말 고질병이 되는 문제하고 맞닿아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2%로 물가가 안정되어 내려오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구요… 그리고 2%로 내려오더라도 다시금 물가가 튀어오르는 경우도 생길 수 있죠. 중장기적인 흐름을 좀 더 봐야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