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불신의 시대 - 오건영 님

category 경제 2023. 6. 18. 09:07





지난 목요일 FOMC에서 50bp 추가 인상에 대한 시그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믿지 않는 분위기죠. 사실.. 연준이 처음으로 긴축을 시작하려던 2021년 하반기부터 이런 분위기는 계속해서 이어져왔던 것 같습니다. 21년 7~8월 테이퍼링을 시사할 때부터도 연준은 연내 테이퍼링을 예고했지만, 시장은 이듬 해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죠. 22년 초 연준은 4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시장은 많아야 2~3번이다.. 정도로 반응했구요… 22년 3월 불라드가 8차례 인상에 50bp인상안을 내놓았을 때에도 그닥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22년 7월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이 나오면서 기준금리가 3%에 다가서자 중립금리 레벨에 근접했으니 이제 금리 인상은 멈출 것이라는 기대를 했고.. 지난 해 10월에는 미국 국채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를 더욱 키웠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말에는 경기 침체 우려를, 그리고 올해 3월에는 은행 위기를, 그리고 5월에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을 담보로 피벗에 대한 기대를 모락모락 피웠죠.



사실 상 연준은 의도한 대로 금리를 인상해왔고 시장은 그런 연준의 기대에 밀려서 항상 깜놀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던 겁니다. 그런데 올해는 연준의 추가 인상 경고에도 불구, 시장의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뜨겁죠. 그런 느낌입니다.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인식… 거의 다 왔는데…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는데..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거기서 25bp 더 인상한다… 음.. 힘은 빠지지만.. 괜챦습니다. 이번에 인상하더라도 3개월 후부터는 200bp인하해줄 건데… 웃으면서 받아줘야죠.. 금리 인상이라는 이 고통스러운 터널의 끝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 이 기대를 머금고 시장은 서로를 다독이며 파이팅하는 분위기입니다.



극기 훈련 때… 그리고 유격 훈련 때가 생생히 기억나네요. 유격 훈련 마지막 날… 퇴소 직전에 하는 마지막 훈련에서 교관이 그런 얘기를 하곤 하죠. 이번에 맞으면 훈련을 마치겠노라고… 와…그 땐 아무리 힘들어도.. 단 한 명도 미스를 하지 않곤 하죠. 착착 맞아떨어지곤 하더군요. 그리고 그 때 목소리가 유격 훈련 전체를 통틀어 가장 우렁찼던 것 같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물리적으로는 가장 그로기 상태일 텐데… 기분도 가장 좋고 사기도 가장 높고… 움직임도 가장 다이내믹했던 기억이 납니다. 네… 사기가 크게 앙양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지금 시장도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를 한껏 머금고 있을 겁니다. 25bp추가 인상은 사실 큰 게 아닙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라는 얘기 하나만으로 25bp추가 인상을 되려 호재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높이 올렸으니… 더 많이 낮출 수 있고… 이만큼 높이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좋다는 얘기일 거쟎아요? 그리고 무리해서 올린 만큼… 진짜 머지 않은 미래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는 겁니다.



중립 금리라는 게 있죠. 음… 이 금리 레벨이 되면 물가가 오르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딱 맞는 적절한 금리라는 의미일 겁니다. 이 레벨보다 금리가 높으면 물가를 찍어누르게 되니 다소 긴축적이 될 수 있구요… 낮으면 완화적이 되겠죠. 지금 시장 참가자들은.. 그리고 연준에서도 지금의 금리는 중립금리를 넘어서 있다고 보는 듯 합니다. 현재 기준 금리인 5~5.25%레벨을 충분히 제약적인(sufficiently restrictive) 금리 레벨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의 경제 체력을 반영해서 만들어낸 중립 금리인데… 그 체력이라는 것에는 어떤 정신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죠. 예를 들어 경제 주체들의 사기와 같은 겁니다. 유격 훈련 입소할 때의 저와 마지막 훈련 때의 저는 똑 같은 사람이죠. 되려 마지막 훈련 때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을 겁니다. 그런데 동일한 훈련에 충격 혹은 스트레스를 받느냐.. 그건 아니죠. 입소 후 첫 훈련은 그야말로 좌절로 다가올 텐데… 마지막에는 감동으로 남지 않을까요.. 네.. 금리 인상 혹은 레벨 역시… 그걸 받아들이는 경제 주체들의 체력과 자신감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충분히 긴축적이라 해도 자신감이 넘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이번 FOMC의 점도표를 보면 longer run 이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금리 레벨로 수렴할 것 같은가.. 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평가인데요… 지난 3월에는 현재의 중립 금리 레벨로 간주되는 2.5% 위에 찍은 위원들의 숫자가 4명이었는데.. 이번에는 7명으로 늘었습니다. 시장의 자신감이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 쯤에서 지난 2월 5일 에세이에서 인용했던 연준 스탭들의 경제 전망 얘기를 다시 인용해봅니다. 꼼꼼히 읽어보시죠.



“연준 직원들은 경제가 내년 말까지 침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공개한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경제 전망과 관련한 연준 관련 부서의 전망을 소개하며 시장이 올해 전망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중략)







관련 부서는 11월과 12월에 새로운 정보를 접했다며 경제 성장은 예상보다 강했으며 재정 조건도 이전 가정보다 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식 가치에 대한 더 높은 전망과 달러에 대한 더 낮은 전망은 중기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연합인포맥스, 23. 1. 5)



인용문의 두번째 문단을 보시면 주식 가치에 대한 더 높은 전망… 달러에 대한 더 낮은 전망은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나오죠.. 그래서 경기 침체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을 듯 하다구요… 이 기사가 보도된 것은 올해 1월 5일이었는데요…. 연준 피벗 기대가 제대로 커져갈 때였죠. 피벗 기대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약달러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 자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게 될 것이고… 이는 더 높은 금리 인상 충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라는 얘기가 될 겁니다. 멘탈이 주는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애니웨이… 이런 자신감은 이번 추가 금리 인상 얘기가 나와도 계속해서 작용하죠. 50bp는 뻥카일 거고.. 25bp 정도 볼 수 있는데.. 그게 마지막일 거야.. 5.25~5.5%면 이건 진짜 무리수인데… 진짜 마지막이야.. 라는 기대감을 만들면서 극기훈련 마지막의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끌어낼 수 있죠. 그리고 이런 자신감이 계속해서 작용한다면 같은 5%의 금리조차도 그닥 긴축적이지 않도록… 그리 큰 충격을 주지 않도록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에… 멋진 표현이 나오죠. 상쇄하고도 남는다는..ㅎㅎ



그럼 연준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그런 자신감을 없애줘야겠죠. 50bp를 믿지 않는 시장에.. 혹은 인상하더라도 마지막이기에 힘을 내자고 하는 시장의 기대를 꺾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극기 훈련… 하루 연장되었어…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몰라… 와 같은 코멘트… 가장 좋은 방법은 50bp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고, 상당 기간 그 높은 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는 얘기를 전해줘야 할 겁니다. 거의 아몰랑 식에 가까운 파월의 기자 회견에서 시장의 자신감을 다시 키워줬다면 연준 위원들은 이제 여러 연설에서 겁을 줘야 하겠죠. 연설 이후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이 매파의 선봉장 중 하나인 월러였습니다. 어떤 얘기했는지 인용해보죠.



“월러는 "은행 지도부의 일은 금리 위험을 다루는 것이며, 거의 모든 은행 지도부가 정확히 그것을 해왔다"라며 "나는 몇몇 은행의 비효율적인 경영에 대한 우려 때문에 통화정책의 입장을 바꾸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3. 6. 17)



은행 위기로 인해 추가 금리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비둘기파의 주장에 일침을 가하고 있죠. 한 두개 은행 경영진의 나태한 투자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보면서 연준이 제 갈 길을 못가게 되는 것은 넌센스다.. 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건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우리의 길을 간다고 경고하고 있죠. 그리고 다음 타자로 나온 사람이 리치몬드 연은의 바킨 형님입니다. 글쎄요… 비둘기는 아니고… 중립 쪽에 가까우신 분인데… 이렇게 얘기하셨네요.



“그(바킨 총재)는 "수요 둔화로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목표치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확실한지를 보고 있다"며 "만약 앞으로 나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긴축을) 더 많이 하는 것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바킨 총재는 "그것이 더 심각한 둔화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1970년대 경험은 분명한 교훈을 준다"며 "인플레이션을 너무 빨리 억제하면 인플레이션이 더 강해져서 연준이 더 많은 조치를 해야 하고, 더 많은 피해를 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중략).”(연합인포맥스, 23. 6. 17)





네.. 인플레가 제대로 꺾인 것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긴축을 풀게 되면 다시금 인플레가 더 강해지게 되는데.. 이런 stop & go가 70년대의 Great Inflation을 낳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CPI 내려오니까 이제 인플레는 끝났다고 말하는 비둘기의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코멘트네요. 마지막으로 이 분은 비둘기에 속하는 분인데요… 오스탄 굴스비의 코멘트입니다.



“미국 중앙은행 총재 중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달 금리동결 조치에 대해 굴스비 총재는 "(연준이) 다시 한 번 언덕을 오르기 위해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라고 평했다.”(머니투데이, 23. 6. 17)



다시 한 번 언덕을 오르기 전에 정찰을 한다… 추가 금리 인상 이전에 정지 작업을 한다는 의미로 들리죠. Skip을 정당화하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더 올리기 위해 조금 기다렸다 간다는 식의 코멘트네요. 인상은 매나 비둘기나 찬성하는 듯 합니다. 결국 인상의 레벨보다는 금리 인상 속도에서 매와 비둘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겠죠. 이런 코멘트를 통해 연준 위원들은 아몰랑 파월의 중화 작업에도 불구, 시장이 긴장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주에는 연준 위원 발언이 꽤 많네요. 파월의 의회 증언도 있구요. 의회에서는 6월 FOMC 기자 회견 때처럼 하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마지막으로 영국 10년 금리를 주의깊게 보고 있습니다. 4.45%수준까지 올라왔는데요… 지난 해 10월 영국 국채 사태 당시 수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10년 금리와의 갭을 보면 60bp이상 벌어져있는데요… 지난 해 10월 수준을 훌쩍 넘어있죠. 금융 위기 이후로 보면 미국 금리와의 갭이 가장 크게 벌어져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는 5~5.25%... 영국 기준금리는 4.5%.. 영국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보다 낮은데.. 왜 그럴까요… 영란은행은 5.5%까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죠… 4차례 추가 인상 예고입니다. 반면 미국은 2차례 더 예고가 되어 있죠.. 이게 약간의 차이는 만들었을 겁니다. 다만 충분한 설명이라고 볼 수는 없죠.



개인적으로는 영국의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서… 고질병이 되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장기화될 것이라 본다면 장기 금리가 반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영국이 그 케이스인지… 보고 있습니다. 차주 에세이에서 다루어보겠습니다. 즐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