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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용당 도서관 고양이

category 생활 정보 2019. 6. 29. 20:01

부경대 용당캠퍼스 공학도서관 고양이




  어렸을 때 외가에 할아버지께서 키우시던 소나 강아지는 많이 봤지만, 고양이는 접할 기회가 없었다. 성장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과 편견이 자리잡히게 된다. 고양이는 나빠서 12간지에도 없고, 주인 말도 안 듣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길가에서 고양이를 마주쳐도 사람을 경계하는 고양이들은 도망가기 바빠서 고양이를 가까이서 볼 수가 없었다. 지인들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없다. 물론 이제는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이 사진도 많이 올리고, 반려묘로 많이 키운다. 


그러다 부경대학교 용당캠퍼스 공학도서관(줄여서 공도) 실내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보았다.








이 녀석이다. 용당캠 도서관 내부를 포함하여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고양이.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어도 도망가지 않고, 사람을 잘 따른다. 그런 모습을 보고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여워서 나도 다가가서 머리나 뒷목 부분을 부드럽게 만져주기도 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열람실 앞에서 왔다 갔다 서성이던 고양이가 도서관 실내에는 어떻게 들어왔는지, 누가 키우는 고양이인지 등이 호기심이 발동해서 따라다니면서 관찰했다.









집은 쉽게 찾았다. 바로 공학도서관 내부 복사실 구석 의자. 집이라기보다는 낮잠 자러 오는 별장 및 쉼터. 의자 아래에는 물과 밥이 있었다. 누군가 돌봐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람 손을 자주 타서인지 경계심도 별로 없고, 일단 도망가지를 않아 관찰하기 좋았다. 이 의자에서 해가 중천을 넘어선 지 오래 지났는데도 늦잠을 잔다. 기지개를 켜는 모습인데, 하품도 하고 아주 그냥 상팔자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거의 야외 취침을 하고 오후에 잠시 쉴 때만 들어오는 듯하다.


오후 늦게 일어나서 의자 아래에 밥을 조금 먹고 도서관 로비에 나와 한동안 앉았다가 엎드렸다가 하면서 잠에서 덜 깬 모습을 보이며 시간을 보낸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귀엽다고 사진도 찍는다. 물론 나도 찍었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실외로 나가서 산책을 한다. 밖에서도 학생들이 사진을 찍던데 마치 모델인 것처럼 포즈를 취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카메라는 많이 본 듯하다. 자연스럽게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지그시 감으며 정면보다는 대각선 얼짱 각도를 취한다. (정면 시야를 가리는 게 싫어서 고개를 돌리는 듯) 그러다 산책을 가는데 오랫동안 보이지 않다가 잔디밭에 다른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 사람들이 고양이 낚싯대 장난감으로 놀아주면 좋아한다. 사냥 연습을 하는 모양이다. 복사실에 고양이 낚싯대 장난감이 있어서 그걸로 종종 학생들이 놀아준다. 고양이 위치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낚싯대를 들고 뒷짐을 진 채로 끌고 다니면 고양이들이 알아서 반응한다. 물론 다른 청각적 방해 요소 - 오토바이 소리, 다른 행인들 소리, 자동차 소리 - 때문에 안 따라오는 경우가 있다. 나름의 우선순위가 있다. 다른 소리가 안 들리는 상황이라면 뒷짐지고 끌고 다니다가 낚싯대 끝의 깃털을 나무 뒤에 숨기면 고양이들이 마치 사냥을 하는 호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와서 덮친다.


자연스럽게 두 마리가 더 나와서 같이 놀게 된다.

놀다가 보면 내가 고양이와 놀아주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고양이들과 놀아주는 것인지, 고양이들이 나랑 놀아주는 것인지.

놀아준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그냥 나도 노는 것이다. 같이 노는 것이다.

이렇게 냥냥이들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 그렇게 집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고양이 낚싯대 장난감으로 사냥 놀이를 하는 고양이들이다. 도서관 앞 실외에서 사는 2마리 고양이를 더 볼 수 있다. 한 마리는 회색, 다른 한 마리는 검은색. 놀아주다가 보니 어느 정도 이 삼총사의 성격이나 상황을 좀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소위 캣맘(?)이라 불리는 지역 주민인 이모를 만나서 고양이 이름이나 나이도 듣게 되었다.

TMI(Too Much Information)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것과 캣맘인 그 주민 이모에게 들은 것을 적어 보겠다.








본명: 관이(도서관에 살아서 "관" 자를 따옴)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이 지었다고 들었음.         

가명: 쿠쿠, 용당이, 나비, 레오, 짬타이거           

성별: 수컷                                                  

나이: 1-2살(사람 나이 환산 시 중고등학생 이상)

별장 및 식당: 복사실 의자                             

성격: 작년까지 온순, 올해는 질풍노도의 시기라  

다른 냥이들에 배타적, But 사람에게 애굣덩어리

특징: 흰색인데 머리부터 등으로 회색 무늬       

       오른쪽 귀 흰색, 왼쪽 귀는 회색, 코에 점, 꼬리 회색.

머리 쓰다듬어 주고, 궁디팡팡 해주면 좀 좋아한다.

하지만 궁디팡팡 오래하거나 과하면 할큄 주의.

좋다고 배를 보여주며 눕고 뒤집기도 하는데, 이때

배 만지면 싫어해서 할퀸다. 긁혀서 상처날 위험.

뒤집으며 뒹굴면서 누울 때 발톱 주의.

날씨가 더워지자 외박 횟수 증가. 야외 취침 증가

도서관 바깥에 사는 검은 고양이인 옥자를 좋아함.

옥자는 동거 중인 회색 고양이 촉촉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관이는 촉촉이를 싫어한다. 보기만 하면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엑소 으르렁)

가끔 자기가 좋아하는 옥자에게도 화낼 때가 있다.






이름: 촉촉이 (다가올 때 촉촉 걸어온다고)        

성별: 수컷.                                                  

나이: 1-2살                                                 

집: 공학도서관 앞 야외 나무집.                        

성격: 온순, 평화주의자, 양보의 아이콘               

특징: 아주 착하고, 점잖다. 경계심 중간. 회색.      

낚싯대에 집중하게 하고 다가가면 쓰담쓰담 가능.  

낚싯대 놀이에 적극적이진 않다.(관이 눈치 본다고)

특히 궁디팡팡 많이 좋아함.                             

관이와 적대관계. 착해서 촉촉이가 사람들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관이가 촉촉이에 대한         

질투가 너무 심함. 게다가 옥자와 친하니 더욱...   



촉촉이도 의외로 나무를 잘 탄다. 아직 정정하심.

너무 점잖아서 나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1-2살.








이름: 옥자(꼬리 끝부분 옥처럼 흰색이어서)     

성별: 수컷.                                                

나이: 1-2살                                               

집: 촉촉이랑 같다. 동거.                               

성격: 겁이 많고, 사람을 무척 경계함.              

특징: 사냥 본능이 강해서 낚싯대와 잘 논다.     

민첩하고, 나무를 정말 잘 탄다. 순식간에 오르는

모습도 봤는데, 아주 날렵하다.                       

낚싯대 잡아도 사람이 다가가면 바로 줄행랑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다는 풍문.   

아기 고양이일 때 체중도 적게 나가고 다리를 다쳐

죽을 줄 알았는데, 한 학생이 약도 먹이고

잘 먹지 않는 사료도 간식과 함께 꾸준히 먹여서

지금은 다행히 완쾌되고 건강하게 잘 자라게 되었다.

꼬리 흰색, 가슴에 난 털도 약간 흰색.             


겁이 많고, 아주 예민하다. 관이에게 서열이 밀림

사람에게 받은 아픈 상처가 있어서 그렇다고 함.

그래도 관이와 평소 잘 지내는 편이다.

관이가 옥자를 좋아하기 때문.

하지만 옥자는 같이 사는 촉촉이를 좋아하지.




서열: 관이>옥자>=촉촉이

관계: 관이♡옥자, 옥자♡촉촉이(동거), 관이<->촉촉이(관이가 촉촉이를 싫어함. 촉촉이는 관이 눈치를 보고 도망.)

큐피트 우정 화살: 관이->옥자->촉촉이 (진정한 삼각관계)


중2병이 걸린 관이가 서열 1위. 옥자 2위, 촉촉이 3위. 놀 때도 관이가 촉촉이와 옥자를 쫓아내려고 한다. 혼자 놀고 싶다는 것 같다.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그런 것인가? 관이가 나머지 고양이들을 좀 괴롭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이는 커다란 강아지가 와도 겨루어 보자는 마음인 듯. 열혈 청년 관이.

촉촉이와 옥자는 같이 산다. 가족은 아닌 것 같은데, 둘이서만 집단 생활을 한다. 옥자가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힘들 때 촉촉이가 나이가 많으니 새끼처럼 생각했으려나? 아는 사람에게 들으니 처음에 옥자가 촉촉이만 따라다녔고, 촉촉이는 귀찮은 듯이 혼자만 다녔는데 어제부터인가 같이 다니고, 같이 산다고 한다.

여하튼 옥자는 아픈 기억으로 사람을 경계하고, 촉촉이는 사람을 경계하기는 하나 장난감으로 시선을 돌리면 사람이 만져도 가만히 있고, 애교를 부릴 때도 있다. 놀다가도 어떤 친한 학생은 따라가기도 하는 것을 봤다.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고양이를 직접 보니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일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비단 고양이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서도 생각의 치우침이 없이 개방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교훈과 깨달음을 얻었다. 

교훈 모드는 여기까지 짧게 하고, 고양이에 대해 더 알아보니, 태국, 베트남에는 고양이가 토끼 대신 12간지에 들어가더라. 하긴 문화에 따라 다른 거지. 상대주의. 고양이 잘못이 아니었다.

용당캠퍼스에 버려진 고양이들이 수십 마리가 넘는데 그나마 밥 주는 사람이 있어서 나은데, 집에서만 자란 어린 고양이들이 도시에서 버려져 음식물 쓰레기나 먹으며 병이 들고 사람과 싸우며 쫓고 쫓기는 상황이 계속된다고 하니 안타깝다.



약간 더 고양이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찾아봤다.


  • 옛날부터 쥐도 잡아먹는 등 이로운 동물이라 애완용으로 많이 키웠다.
  • 주인과 수평관계를 선호한다. 역시 주인은 집사. 친구가 더 가까울 듯.
  • 고양이들끼리는 서열 싸움을 자주 하기도 한다.
  • 유연해서 높은 곳으로 뛰어오르기도, 낮은 곳으로 착지도 잘하고 민첩하다.
  • 중성화 수술을 하면 서로 안 싸우고 얌전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함.
  • 중성화 수술은 봄(3월 정도)이나 가을에 하는 게 좋은데, 여름에는 기온 탓에 상처가 덧나서 죽을 위험이 높다고 함.
  • 스스로 털을 고르기 - 그루밍(grooming) - 때문에 깔끔한 동물 중에 하나다.
  • 수명은 평균 14년 정도. 오래 살면 30-40년 살기도 하는데 드물다.
  • 사람처럼 배설물을 잘 가려 처리하는데, 화장실 만들어주면 거기에서만 배설. 배설물도 모래 등으로 덮어 숨김.
  • 주로 야행성이고, 잠은 얕게 오래 많이 잔다.
  • 청각에 아주 예민하다. 특히 발 끄는 소리. 그래서 다가갈 때는 조용히 천천히 가는 게 좋다.
  • 후각은 발달은 한 것 같은데, 가까운 것만 냄새를 잘 맡는 듯.
  • 시각은 원시인 것 같다. 그것도 움직이는 물체만 잘 파악하고 정지된 물체는 흥미가 없음. 가까워도 움직이면 잘 파악함.
  • 츄르라는 간식을 좋아함. 사실 파는 것보다 닭고기를 줘도 된다. 닭가슴살 주는 것을 봤음.
  •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하고(수직 공간), 독립성이 강해서 혼자 살지만 필요에 의해 집단 생활을 하기도 한다.
  • 은혜를 갚는 고양이도 많다.
  •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과 궁디팡팡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등과 꼬리 사이를 토닥토닥. 하지만 보통 배 만지는 것은 싫어함.
  • 고양이 낚싯대 장난감으로 사냥 놀이를 좋아한다. 사냥 본능을 자극하는 듯. 쥐 잡듯이 장난감을 노린다. 이때 엉덩이를 씰룩씰룩. 너무 휙휙 빠르게 낚싯대를 돌려서 약을 올리면 오히려 놀다가 스트레스만 받아서 고양이 성질만 버린다. 적당히 잡혀줘야 한다.
  • 경제가 안 좋아지면 키우던 고양이를 버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주택가에서는 특히 버려진 고양이들을 죽이는 사람들도 꽤 있고 사회 문제로 커지는 경우도 있다.

고양이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봤는데, 고양이의 특수한 습성을 더 알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