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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뷰만 바뀐 것이 아니다 - 오건영 님

category 경제 2024. 2. 23. 08:30


엔비디아가 다 했다.. 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AI관련주의 강력한 상승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다우존스 지수는 이제 4만선에 바짝 다가섰구요, S&P500지수는 5100선을 향해 가고 있죠. 기술주 열풍을 등에 엎은 뉴욕 주식 시장은 꺼질 줄을 모르는 듯 합니다. 외신에서는 이제 적어도 기술주 만큼은 연준의 금리 인상 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4.3%까지 밀려올라왔음에도 역류에 맞서 힘차게 밀어올리는 엔비디아의 흐름이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주식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죠. 대표적인 예로 선물 시장에 반영되어 있는 연준의 금리 인하 확률입니다. 지난 해 12월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이후 처음으로 연준이 제시했던 점도표와 일치하는 그림이 나왔죠. 지난 해 12월 점도표에서는 2024년 연내 3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죠. 반면 시장은 연내 7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했습니다. 오늘 날짜로 보면 연내 3번 이하로 시장의 기대가 바뀌었네요. 6월 인하를 필두고 6, 9, 12월 인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7월까지는 6차례 인하를 보고 있는데요.. 연준이 내년말까지 7차례 인하를 예고하고 있는 것과 상당 수준 근접해있는 모습입니다. 이제 연준이 바라보는 시각에 시장이 맞춰오고 있는 건가요?

2021년 하반기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금융 시장과 연준은 동상이몽을 이어왔죠. 시장은 금리 인상 많이 못한다.. 테이퍼링 빨리 못한다.. 이런 주의였는데요… 연준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빨리, 시장이 원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금리 인상을 해왔죠.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막바지부터 연준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느리게, 그리고 시장이 원하는 것보다는 적은 금리 인하를 예고했고… 그 기대에 시장을 맞추는 과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항상 연준을 앞서가는 시장이 연준의 주장에 수렴한 건데요.. 항상 연준보다 시장이 앞서가는데.. 과거 연준이 예고했던 수준으로 이제 수렴을 했다라는 얘기는 두가지로 해석이 될 겁니다.

이제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은 끝났다.. 라는 게 하나일 거구요.. 다른 하나는 기대를 과하게 갖는 시장조차 연준의 보수적 의견에 수렴했을 정도라면… 기존의 연준이 과거보다 살짝 더 매파로 전환될 수 있다라는 얘기일 수 있죠. 네.. 12월 점도표에서 연내 3차례 인하를 예고했던 연준인데요… 지금과 같은 뜨거운 시장 흐름이 이어지게 된다면… 살짝 말을 바꿔서 금리 인하의 횟수를, 혹은 금리 인하의 시작 시점을 다소 늦출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전일 발표된 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 위원들은 금융 환경이 과도하게 완화되는 것에 대해 경계감을 표했었죠. 금융 환경의 완화는 시장 금리가 높다 낮다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주식 및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낳을 수 있는 소비 자극,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재점화에 대한 경계감이 나타날 수 있죠. 참고로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 그린스펀 의장의 코멘트를 두개 정도 인용해봅니다. 꼼꼼히 읽어보시죠.

“그린스펀 FRB의장, 美 인플레 재경고”

“그린스펀 의장은 또"지난 4년간 상품과 용역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 증가는 잠재 적 공급능력 확대를 훨씬 초과했다" 며 미국경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고 있음을 경고하면서 `경계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략)


아울러 그리스펀은 주식 가격 상승과 각 가정에서의 자본이득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이 즉각적으로 늘지 않는 상황에서 엄청난 구매력 증가를 초래하는 현상인 이른바 `부의 효과''를 언급하면서 "통화정책의 초점은 자산 가격이 아니라 인플 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불균형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의 이같은 언급은 FRB가 미 금융시장에서의 투기를 냉각시키기 위해 내 달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연합뉴스, 00. 4. 6)

2000년 상반기 닷컴 버블의 붕괴를 전후할 때까지 주식 시장은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갔죠. 자산 가치의 상승 속도가 워낙 빠르면… 그에 기반한 소비 역시 강하게 나타날 수 있죠. 이로 인해 수요 증가세가 가파른데.. 공급이 그걸 따라가지 못한다면 물가가 오르게 되겠죠. 연준은 그런 수요를 식혀야 한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차 인플레 압력이 커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연준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빅스텝 금리 인상을 2000년 5월 FOMC에서 단행했던 바 있죠.

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가 너무 강하게 나타나게 되면… 이로 인한 수요 증가에 대해 연준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그럼 금리 인하의 시점이나 폭을 소폭 더 조절하는 방안이 3월 FOMC 등을 통해 논의될 수 있죠. 그런 분위기는 오늘 새벽 있었던 연준 위원 중 패트릭 하커의 발언에서 살짝 확인이 됩니다.

하커 총재는 지난 1월 발언에서… 하드 데이터는 견조하지만 소프트 데이터는 불안한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죠. 실제 현실에서 만날 수는 있지만 실제 숫자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데이터.. 예를 들어 각 지역에서 진행하는 인터뷰에서 얻는 정보가 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였는데요… 고용 지표는 탄탄하지만 실제 각 지역에서 대화를 나누어보면… 그런 고용이 빠르게 식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던 바 있죠. 경기가 좋아도 금리를 적!기!에 인하해야 하는 논거를 제시했던 겁니다.

그랬던 하커 위원도 살짝 톤 다운에 나서는 모습이죠.

“패트릭 하커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2일(현지시간) 당장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가장 큰 리스크(risk, 위험)는 금리를 성급하게 내리는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하커 총재는 이날 델라웨어대에서 한 연설을 통해 "나는 당장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누군가에게 주의를 주겠다"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가장 큰 리스크는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커 총재는 너무 일찍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하고 지난 2년간의 노력이 눈앞에서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하커 총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중략)

하커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에 고비가 있을 것"이라며 연준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더욱 많은 지표를 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연합인포맥스, 24. 2. 23)

금리 인하 천천히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핵심은 마지막 문단인 듯 합니다. 더욱 많은 지표를 보겠다고 말하죠… 소프트 데이터를 보면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필요성을 말했던 하커 총재가 현재의 시장 및 경제 상황을 보면서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어간 듯 합니다.

시장은 과거 연준의 기대에 맞추었습니다. 그런데요.. 시장만 움직이는 게 아니죠…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연준도 움직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2년 국채 금리가 4.7%를 넘어서면서 10년 금리와의 역전폭을 40bp까지 재차 벌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연준의 변화 징후가 향후 10년 금리까지 재차 끌고 가는지 지켜보시죠. 금일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