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미국 금리 얘기부터 시작합니다. 시카고 연은 굴스비 총재의 발언이 있었죠.. 그 똑똑한 FOMC 위원들끼리 대화를 할 때.. 아무래도 잘 맞추는 사람의 발언이 힘을 더 받곤 합니다. 다들 경기 침체 없이는 인플레이션 못잡는다고 말하던 지난 해 혜성처럼 등장해서 침체 없이도 인플레를 안정시킬 수 있다… 매우 좁은 길이지만 우리는 그 길을 갈 수 있다..라고 말했던 사람이 바로 굴스비였죠. 그리고 실제 지난 해에 그런 그림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굴스비의 주장이 제대로 맞아들어가자 발언에 힘이 더 실리게 되면서 좁은길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황금길(golden path)라는 말을 쓰더군요. 자신감이 붙은 거죠. 이제 우리는 그 골든패스로 나아가고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금리를 올리자니 성장이 둔화되어 두렵고, 금리를 동결하자니 인플레가 기승을 부려 두려웠던 파월 의장에게 성장이 둔화되지도 않는데 물가도 잡히는… 연준 역사에 한 번도 볼 수 없던 그림을 주장하면서… 그걸 실제 드림스 컴 트루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굴스비가 가장 믿음직스럽지 않았을까요? 실제 지난 해 하반기 파월 의장의 공식석상에서의 코멘트를 보면 적어도 피벗을 시사한 2023년 11월 FOMC 이후에는 굴스비 빙의가 된 듯 했죠. 자신감 뿜뿜이 느껴졌습니다.

실제 성장이 강하지만 물가가 안정되자 연준 내 매파들도 대부분 깨갱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되려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던 카시카리나 미셸 보우먼 등의 누님들도 고개를 떨구었구요… 데이터를 보면서 대응하는 과학적 매파인 월러 이사 역시 이제 금리 인상은 끝난 거 아니냐는 쪽으로 살짝 기울어지는 모습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굴스비의 발언에 힘이 더 들어가지 않을까요? 그러던 굴스비가 3월 CPI를 확인한 이후… 지난 주부터 살짝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3월 CPI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2개월 여의 데이터만 보면서 인플레가 끈적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여전히 골든 패스는 유효하다… 라고 하던 굴스비지만… 3월 CPI가 높은 것을 보고는 주춤하는 모습이었구요… 적어도 오늘 새벽 발언에서는 더욱 더 힘을 잃은 듯 합니다. 짧게 가려고 했는데.. 이왕 얘기 나온 김에 인용까지 해보죠. 연합인포 기사입니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 연은에 따르면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SABEW(Society for Advancing Business Editing and Writing) 연례 컨퍼런스 행사에서 "2024 들어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이 정체됐다"며 "특히 잡음이 많은 시리즈인 인플레이션의 한 달 지표로 너무 많은 해석을 할 수는 없지만 3개월 동안 이런 것은 간과될 수 없다"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4. 4. 20)

일단 3월 CPI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했음이 느껴지시죠? 그래도 자신은 여전히 인플레가 안정될 것이라 믿는다는 얘기를 덧붙였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리까리하니까… 이렇게 발언합니다.



“굴스비 총재는 "불확실성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규칙은 데이터 도그(Data dogs)가 계속 냄새를 맡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움직이는 것보다 기다리면서 더 분명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연합인포맥스, 24. 4. 20)


네.. 이럴 때에는 경거망동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면서 움직이자고 말하고 있죠. 빠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던 비둘기파의 수장이 이제 조기 금리 인하를 드랍한 겁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 상 상반기 금리 인하는 물건너갔다고 봐야겠죠. 마지막으로 굴스비가 예전부터 보험을 들어놓은 것을 말합니다.


“굴스비 총재는 단기적으로 주된 문제는 지속적으로 높은 주택 인플레이션이라며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주택 인플레이션이 하락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는 원활한 경로를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수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과열 신호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인포맥스, 24. 4. 20)


지난 해에도 자신의 골든 패스 주장이 틀릴 가장 큰 위험은 주택 가격에 있다고 했었죠. 주거 인플레가 안정되어야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면 인플레와의 전쟁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는 발언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주택 인플레가 생각보다 잘 내려오지 않고… 화악 하고 밀리던 질로우의 임대료 지표가 다시 고개를 쳐드는 것을 보면서 굴스비도 생각이 많아졌겠죠. 주거 인플레가 끈적하면 사실 상 서비스 인플레가 성장이 둔화되지 않으면 꺾이지 않는데… 주거 인플레가 버텨주게 되면서 인플레와의 전쟁이 길어질 것임을 인정하는 발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되려 마지막에는 지금의 성장이 강하다면서… 이게 과열인지를 봐야한다고 말합니다. 이 정도 금리 레벨에서 과열이라는 말을 한 거죠. 그럼 이건 간접적으로 그 유명한 중립금리가 올라갔다고 말하는 것 아닐까요?

비둘기의 거장이자… 지금까지 FOMC 내에서 가장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던 굴스비가 말을 바꾸었습니다. 그럼 연준 내에서 계속해서 인플레가 쉽지 않다.. 지금 금리 인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라고 발언하는 측에 힘이 실리게 되지 않을까요? 보우먼 이사나 카시카리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 되려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도파인 윌리엄스는 금리 인상은 베이스 시나리오가 아니지만… 혹여나 인플레 쪽에 큰 문제가 생기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서랍 속에 짱박았던 금리 인상 카드를 테이블 위로 다시 올려놓는 발언을 했죠. 연준 내 헤게모니가 다시 매파로 이동하는 느낌이네요. 5월 초 FOMC에서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답을 할지… 주의깊게 들어보시죠. 파월에게 아이디어를 공급하던 굴스비의 힘이 꺾였으니 약간은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에세이를 통해 몇차례 2016년의 이야기를 해드렸죠. 당시에는 금리 인상을 두고 연준 위원들간의 설전이 이어졌었죠. 금리 인상은 늦춰야 한다는 쪽과 금리 인상을 적기에 해야한다는 쪽이 충돌했었고… 15년 12월 FOMC의 점도표에서 16년 내 4차례 인상을 예고했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16년에는 그 해 12월에 한차례 간!신!히! 금리를 인상했더랍니다.(물론 당시에도 되려 양적완화를 재개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지금은 인하를 언제하느냐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요… 연초 시장은 7번의 인하… 연준은 3번의 인하를 말했지만.. 이제 그 분위기 역시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연내 1~2차례 인하 쪽이 점점 더 공고화되는 분위기구요.. 자산 가격의 급락이 나타나면서 이게 성장을 크게 뒤흔드는 그림이 아니라면 예방적 금리 인하 역시도 꽤 늦춰지게 될 듯 합니다.

연준은 강한 성장을 보면서, 그리고 끈적한 물가를 보면서 금리 인하를 늦추고자하고 있죠. 반면 유로존은 금리 인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6월에는 단행할 기세죠. 일본 역시 비슷한데요… 물가를 보면, 그리고 엔화 약세를 보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하지만… 추가 금리 인상이 일본 정부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간신히 반등의 싹을 틔워놓은 일본 소비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죠. 금리 인상을 되도록 천천히 하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미국이 H4L로 나오게 되니… 일본, 유럽과 미국의 금리차가 확대되겠죠. 그럼 달러 강세 & 엔 및 유로 약세가 현실화됩니다. 엔이나 유로의 약세는 일본과 유럽의 인플레 압력 장기화를 가리키게 되죠. 다만 미국처럼 소비가 탄탄한 것이 아닌지라… 그 인플레 압력이 미국의 그것보다는 확연히 약한 겁니다. 유럽과 일본은 딜레마에 빠지죠. 금리는 낮춰야 하는데… 통화 약세도 싫은 겁니다. 일본은 금리는 올려야 하는데 통화 약세가 싫은 거죠. 시차를 두고 수입 물가를 높이면서 인플레 압력을 다시금 키우니까요…

일본의 입장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성장이 흔들리고, 인상하지 않으면 통화 약세로 인플레가 강해집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답은 국제공조에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달러를 내다 팔아서 달러 약세 & 엔 강세를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엔화 약세를 견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미일 국제공조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옐런 재무장관이 함께 동참해주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데요.. 미국은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제가 달러 매수하면서 차익을 거두는 헤지펀드라면… 무제한 달러 매도가 나올 수 있다는… 그런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네.. 국제공조는 환율과 금리의 모순적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그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벌어줍니다.

그럼 아무 문제가 없는가… 유럽과 일본은 그렇게 해서 안정을 찾을지 모르지만… 환율은 상대가치라는 것이 문제겠죠. 신흥국 입장에서는 이게 어떻게 보일까요. 일단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입니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겠죠. 달러 부채가 많을진데..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로 갚아야 하는 이자와 원금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겁니다. 그리고 높아진 금리로 추가적인 달러 대출을 내기가 어려워지겠죠.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달러 강세는 자국 통화 약세.. 수출로 해결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런 소식이 있습니다. 엔화와 유로가 미친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죠. 아놔… 그럼 달러 부채 부담은 커지는데.. 엔, 유로 약세로 수출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겠죠.

자국 통화 약세를 만들어 수출을 늘리려는 환율전쟁… 보통 자국 통화가 극단적인 약세를 보이는 국가로 부가 몰려가기 시작하죠. 그런데요.. 그게 한계가 있습니다. 모두들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춰서 물건을 팔려고만 하면.. 사려는 사람이 없게 되면 그냥 과잉공급이 되는 것 아닐까요?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마진이 줄어들게 되면서 전세계적인 성장이 정체됩니다. 그래도 미국 혼자 나홀로 불을 활활 태우면서 전세계 물건을 강력한 소비로 사주지 않는가.. 맞는데요… H4L는 결국 미국의 성장 둔화를 만들게 됩니다. 아니… H4L는 과도한 미국의 성장을 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앞에서 굴스비가 미국 성장의 과열을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그럼 미국은 달러 강세를 받아들이면서 물건을 사주고 있는데… 다른 국가들은 금리를 낮추고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환율전쟁 모드로 돌입합니다. 신흥국들은 당연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죠. H4L가 이어지면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물건을 사주는… 글로벌 유일 수요인 미국의 수요가 위축됩니다. 그럼 전세계 시장에는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면서 물건을 팔려는 공급자만 존재하고… 그걸 사들이는 수요가 너무나 약한 상황이 만들어지겠죠. 절대 수요가 위축되면 자국 통화 약세로 아무리 제품 가격을 낮추어도 물건을 많이 팔 수가 없습니다. 사줄 사람들이 돈이 없어지는데.. 가격 싸다고 살 수는 없죠. 이렇게 되면 자국 통화 약세를 만들어낸 국가들마저 고전하게 됩니다. 보통 일본이나 유로존은 자국 통화인 엔이나 유로 약세 시기에 주가가 강한 흐름을 보였는데요.. 이들 통화가 약세를 보여도 주가가 되려 큰 폭 하락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죠. 최근 달러엔은 154엔을 넘어섰는데… 니케이 225지수는 38000포인트까지 하락한 것 역시 글로벌 성장 둔화의 우려를 반영했는지와 연관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와일드카드가 하나 있죠. 바로 중국입니다. 위안화는 원화와 엔 강세 속에서도 잘 버텨왔는데요.. 위안화 절하 카드가 나오는지… 이란의 지상전 확전 뿐 아니라 중국의 환율전쟁 확전 여부도 관심갖고 봐야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