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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차이나 쇼크와 미친 환율 - 오건영 님

category 경제 2024. 4. 13. 11:33


오늘은 중국에 대한 고민을 좀 적어볼까 합니다. WSJ에서 2차 차이나쇼크가 시작되었다.. 라는 기사를 보도했죠. 2차라는 얘기는 1차 차이나쇼크를 우리가 이미 겪었다라는 거겠죠. 네.. 01년 12월 중국이 WTO에 가입하게 되면서(당시 미국이 전면적으로 밀어줬죠) 중국이라는 제조업 국가가 전세계 시장에 제대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어느 국가나 두가지로 성장합니다. 하나는 내수, 다른 하나는 수출이죠. 중국은 투자 성장을 통해 제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엄청나게 많은 제품을 쏟아내게 됩니다. 문제는 중국의 소비, 즉 내수만으로는 그렇게 생산한 제품들을 소화할 수 없죠. 그 자체로 과잉 생산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요… WTO가입과 함께 전세계 시장이 열렸기에 중국은 이런 잉여 제품들을 해외로 수출하기 시작합니다. 생산에는 3요소가 있다고 하죠. 노동, 토지, 자본입니다. 일단 중국내 저가 노동력은 풍부했죠. 그리고 토지 역시 광활합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부동산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았죠. 마지막으로 자본을 보시면요… 중국은 당시에도 예금 금리가 1~2%수준이었습니다. 10%가 넘는 성장을 하는 국가, 물가가 8%씩 오르는 국가의 예금이 2%가 채 안된다면 이건 좀 너무하는 것 아닐까요? 중국 개인들은 2%도 안되는 예금을 하고… 그 예금에 마진을 붙인 은행들이 성장률보다.. 그리고 물가보다 낮은 대출 금리로 대출을 해주게 됩니다. 그럼 낮은 이자 비용으로, 낮은 자본 비용으로 국영 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죠. 저가 노동, 낮은 토지 비용, 마지막으로 낮은 자본 비용에 힘입어 중국은 저가 제품들을 대거 생산할 수 있었고 이를 해외에 수출하면서 강한 수출 성장을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였죠.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저가 제품에 밀린 선진국의 제조업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는데요, 당시 미국의 철강이나 자동차 등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되죠. 80년대 일본한테 흔들리더니 중국에게 사실 상 쐐기골을 맞았던 겁니다. 그 외에도 메이드인 차이나가 들어오는 그 어떤 상품이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에… 중국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죠. 내수보다는 수출에 방점을 둔 중국의 정책… 당시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 즉 위안화 절하를 통해서 글로벌 시장에 수출로 밀어내기를 겁나게 했더랍니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만나게 되죠. 글로벌 금융 위기 앞에서 중국 당국은 무언가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인구가 10억이 넘는 국가가 다른 국가 경제가 안좋아진다고 송두리째 흔들리는 게 말이 되는가.. 에 대한 고민입니다. 맞죠.. 수출 성장 의존도가 높다면 다른 국가의 성장이 둔화될 때… 중국 경제 역시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제조업 수출 중심 성장은 기본적으로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해안 도시들의 성장에는 큰 도움을 주었지만 내륙 지역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엄청난 빈부 격차를 낳게 되었죠. 하나 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전세계 국가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지자 전세계는 중국에게 위안화 절하를 통한 수출 성장에 대해 딴지를 겁나게 걸기 시작했죠.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환율 전쟁이었습니다.


2012~13년에 접어들면서 중국의 수출이 부진해지기 시작했구요.. 당시 시진핑이 들어서면서 중국의 스탠스가 바뀝니다.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성장에 포커스를 두려는 것이었죠.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소비가 강해져야 합니다. 소비의 강화를 위해서는 위안화의 절상이 필요합니다. 강한 위안화는 수입 물가를 낮추어 인플레를 안정시킬 수 있죠. 안정적 인플레 하에서 중국은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안정된 물가와 저금리는 소비 경기 부양에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 중국은 2005년 달러 당 7.8위안을 시작으로 해서 꾸준히 위안화 절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죠. 그리고 2014년 상반기에는 달러 당 6.1위안 수준까지.. 위안화 절상이 진행되었습니다.


소비 성장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중국 내 소비 관련 플랫폼 기업들, 그리고 교육 관련 기업들, 그리고 부동산 기업들이 강한 성장 탄력을 받았구요… 위안화 절상과 맞물려서 진행되는 금융 시장 개방은 중국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을 자극하였죠. 그리고 중국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들의 자본을 저비용에 확대시켜주기 위해 주식 시장 부양책을 쓰게 됩니다. 2015년 상반기 중국 주식 시장의 드라마틱한 상승은 여기에 기인하죠. 그렇지만 중국 주식 시장의 버블은 2015년 6월 중순을 기점으로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죠. 그리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던 중국의 부동산 시장 역시 이제 거의 그로기 상태에 도달한 듯 합니다. 내수 소비로 성장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죠. 여기서 추가로 소비 성장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금 활성화해야 하는데… 이 경우 중국의 부채가 더욱 크게 늘어나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중국은 선택을 해야겠죠.. 여기서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을 해서… 소비를 자극할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까..


네.. 중국은 다른 방법을 찾는 듯 합니다. 그럼 소비가 안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수출로 다시금 눈을 돌리게 되었겠죠. 헐.. 누가 메이드인 차이나를 사들일까… 중국은 하이엔드 제품들을 수출하기 시작합니다. 전기차, 친환경관련 제조업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되죠. 그리고 반도체 등에도 상당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 내부에서는 코로나 봉쇄 이후 개인들의 소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품을 마구잡이로 만들어내게 되면.. 중국 내부에서 해당 제품의 공급을 소화할 수 없겠죠. 그럼?? 네.. 이 제품들을 해외로 밀어내면 되는 겁니다. 이런 제품들이 저가에 해외로 밀려나오게 되면… 그 제품과 경쟁하는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그야말로 죽어나는 것 아닐까요? 쇼크죠… 차이나 쇼크… 네.. 이게 2차 차이나 쇼크가 되는 겁니다. 중국이 자체 부동산 부채를 늘려서 소비 성장을 이어갈까.. 아니면 하이테크 기술 개발을 통한 첨단 제품 수출로 성장의 방향을 바꿀까… 네.. 중국은 이제 후자에 관심을 갖는 듯 합니다.


여기서 바로 이런 회의론이 나올 수 있죠. 중국의 기술력은 워낙에 부족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는 겁니다. 물론 제가 그 기술 하나 하나를 분석할 수 있는 깜냥은 전혀 안됩니다만.. 한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뉴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에 갔다는 것이죠.. 왜 넘어갔을까요? 옐런 장관은 중국의 고위층을 만나 항의를 했죠. 중국의 하이엔드 제품 과잉 생산이 전세계 기업들에게 상당한 위협을 주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 제품들이 워낙에 부족해서 전혀 경쟁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옐런 장관이 중국까지 쫓아갈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러면서 옐런은 필요 시 대중 수출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죠. 네.. 초강수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자.. 디테일까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중국의 스탠스는 2013~14년 중국몽에 기반한 소비 성장 중심에서 다시금 수출 성장 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시죠. 수출이 잘되려면 기술이 좋아야 할 겁니다. 그래서 중국은 옐런이 항의를 하고 떠난 바로 그 날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시켜주기 위한 설비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죠. 중국의 국영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업종에 대한 대출을 계속해서 줄이고 있습니다. 지방 정부가 특수채를 발행하고 중국인민은행이 매입을 하면서 자금을 밀어줍니다. 이런 자금으로 부동산 시장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제어하고 있죠. 답 안나오는 부동산 시장 쪽 대출은 줄어들고 있지만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설비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겠죠. 한 쪽에서 무너지더라도 다른 한 쪽에서 겁나게 달러 벌이를 해준다면 중국 경제도 버틸 수 있는 룸이 생겨나겠죠.


중국이 이런 방향으로 나갈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데 어느 정도 공감하셨나요? 그런데요.. 저같은 아마추어도 이게 보인다면… 미국의 똑똑한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WSJ을 보면서 저 같은 사람이 고민을 시작했다면 옐런 재무장관은 이미 중국에 항의 방문을 하는 수순이겠죠. 그리고 그 이전부터 중국이 첨단 기술을 키우는 쪽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술 분쟁에 돌입했죠. 참고로요.. 하이테크 산업을 키워서.. 수출을 통해 성장하자라는 전략은 중국만 선호하는 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사랑하는 전략이 될 겁니다. 한국도 별다르지 않겠죠.


그렇다면 이제 내수 성장보다는 수출에 포커스를 맞춘 중국이라면… 위안화의 절상을 선호할까요.. 절하를 선호할까요… 급격한 절상은 수출에도 악영향을 주겠죠. 급격한 절하는 수출 가격 경쟁력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 위안화 국제화에 상당한 부작용을 줄 수 있겠죠. 현재 위안화 환율은 2014년 달러 당 6.1위안에서 현재 달러 당 7.3위안 정도로 절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위안화 환율은 이렇게 낮은 수준을 이어가게 될 겁니다. 그리고 만약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위안화 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키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만약 미국이 대중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은 위안화를 어떻게 할까요? 5% 관세 부과한다면.. 5% 위안화 절하로 대응하는 건 어떨까요..


지난 주중 에세이에서 다들 미국 10년 국채 금리에 주목하고… 엔화가 왜 강세전환하지 않는지를 볼 때… 저는 중국 위안화 환율에도 관심을 가지실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혹여나 위안화 절하 기조가 현재보다 강해진다면… 환율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나타날 수 있죠… 글로벌 경제에 결코 좋은 시그널은 아닙니다. 중국 위안화가 좀처럼 절상으로 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엔화 역시 절상 전환에 고전하고 있죠. 위안화와 엔화가 절하 기미를 보이는데… 원화만 절상되기도 쉽지 않죠. 미국 금리 인하가 늦춰져서 원화가 약해진 것도 있겠지만… 위안화와 엔화의 절하 기조가 원화의 기조적인 약세에 영향을 준 면도 강하다고 봅니다. 원화만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요 수출 경합국들의 통화가 달러 대비 약하기에… 원화 약세가 단기에 풀리기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그게 달러 당 1360~70원을 넘어서 고공비행하는 현재 환율을 해석하는 키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중국이 제조업 쪽 투자를 늘리면서… 그 쪽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듯 합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늘었어요.. 라는 반응이 우리네 삶에는 보다 직접적이겠지만… 그보다는 중국 제조업 경기가 돌아섰다는 점.. 그리고 제조업 경기 개선과 비슷한 시기부터 전세계 원자재 가격이 다시금 밀려올라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왜 이렇게 구리 가격이 오를까.. 달러가 강세인데… 구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원자재가 오르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미국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와 연결될 수 있죠. 그럼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에 발목이 잡히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한동안 중국 쪽의 움직임이 변수가 되지 못했다는 생각들… 그러다보니… 연준의 스탠스에 시선을 빼앗긴 나머지 저 쪽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생각들을요.. 물론 부족한 저의 망상에 근거한 쓸데없는 고민일 수도 있겠지만…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중국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해볼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