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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시장을 끌어올리는가 - 오건영 님

category 경제 2024. 9. 14. 17:05



먼저 명절 인사 드립니다. 뜻깊은, 그리고 행복한 추석 연휴가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이제 시작해보죠.

마켓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엔캐리 청산의 공포… 이런 것들 훌훌 털어버리고 이제는 다시 상승 가도로 진입하는 건가요? 적어도 지난 주를 보면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 해결은 세가지 호재의 등장으로 가능했었죠. 하나는 젠슨 황의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에 대한 발언이었죠.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고 그 중심에 엔비디아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젠슨 황이 나서서 미래의 비젼에 대한 꿈과 희망을 던져주면서 힘겨워하던 테크주를 하드캐리해준 것이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두번째가요.. 연준 마이클 바 의장의 은행 자본 규제 관련 발표였죠. 이제는 우리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지려고 하는데요, SVB사태 이후 미국의 은행권에 보다 많은 자본을 쌓을 것을 연준은 주문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은행 자본 규제를 강화하려고 했는데요, 이 경우 은행이 보다 많은(다소 과도할 수도 있는) 자본을 쌓으면서 실물 경제에 대한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 있죠. 대형은행은 현행 자본 비율 대비 20%가까이 높이라고 하고 있구요… SVB사태를 보면서 느낀 바 있었던지 중소형 은행에 대해서도 강한 자본 규제 압박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월가 은행가들의 반발이 엄청났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연준의 마이클 바 부의장이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었구요… 대형은행에 대해서는 9% 인상을, 그리고 중소형 은행에 대해서는 자본 규제 강화를 없던 일로 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이는 미국의 은행들, 특히 중소형 은행들에게는 상당한 호재로 해석할 수 있죠. 미국 지방은행 ETF는 어느 덧 SVB사태 당시의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적어도 지난 한 주는 S&P500의 상승폭을 상회했죠.(러셀 2000의 상대 강세에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권에 대한 규제가 강하게 적용되지 않으면… 자본 축적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때문에 미국 은행들은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릴 수 있죠. 재정 적자 등으로 인해서 어려워진 상황 하에서 의도치 않은 통화 긴축이 나타나는 시기에 은행권의 대출이 늘어나준다면 이른 바 천군만마가 될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를 일정 수준 낮추는 우군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소식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세번째는 9월 FOMC에서 연준이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공은 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쏘아올렸죠. 이번 주 8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다소 부담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에서는 50bp 인하가 필요할 것 같다.. 혹은 그 가능성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는 물밑의 흐름을 시장이 감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얘기를 집중적으로 해보죠.

먼저 파월 의장으로 우리가 빙의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우리 형님은 아마 이런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요. 경기 침체 없는.. 즉 성장을 무너뜨리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있습니다. 5.25~5.5%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양호한 상황이죠. 이거 성공시키면 거의 그린스펀 레벨은 확실히 넘는 것 아닐까요… 참고로 그린스펀은 90년대 후반까지는 마에스트로였지만.. 2001년 침체를 경험했죠… 닷컴 버블의 붕괴와 함께… 그 이후 대처는 좋았지만… 이후 금융 위기를 만나면서 지금은 욕받이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T.T 그래도 제가 파월 형님이라면 여기서 성장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역사적인 대기록을 달성하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그 옆에 굴스비라는 든든한 우군이 그게 가능하다고… 골든 패스를 따라갈 수 있다고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죠.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최근 고용 시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죠. 이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보이고… 과거 사례를 보니.. 고용 시장이 꺾이면 이후에는 급격한 둔화를 겪으면서 순식간에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럼.. 여기서 고용 시장의 둔화를 좌시했다가 침체를 허하게 되면… 지금까지 해왔던 그 어렵고 정교한 작업들…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닐까요? 물가는 대충 잡은 것 같고.. 성장은 둔화될 것 같으니… 이건 좀 앞서서 성장 둔화를 제어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에 휩싸이게 될 겁니다.
그 중 한가지 너무나 귀에 쏙 박히는 얘기가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는 것이죠. 5.25%~5.5%입니다. 현재 미국 성장이 2% 중반대를 나타내고 있고… 미국의 물가가 2~2.5%수준에 머무르게 된다고 가정하면…. 둘을 더했을 때 4~5%사이에 기준금리가 위치하는 것이 적절할 겁니다. 그런데 5.5%라면… 현재의 금리는 다소 높고… 긴축적이라고 할 수 있죠. 괜히 낮춰줘야 할 때 밍기적 거리다가 성장 둔화가 폭발적인 속도로 다가오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건 싫은 거죠. 그럼 50bp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는 낮추면서 둔화될 수 있는 실물 경기를 부양하는 방안에 대해 당연히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50bp를 낮추자니…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반론을 몇 개만 들어볼까요? 첫째.. 자산 가격의 급등을 들 수 있습니다. 지금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죠. 최근 소폭 조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주식 시장은 여전히 상당히 뜨겁구요.. 주택 가격 상승세 역시 상당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그리고 큰 폭으로 인하했을 때 자산 가격의 급등,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부활을 고민해볼 수 있죠. 실제 70년대 아서 번즈가 범했던 가장 큰 실수가 여기에서 비롯된 겁니다. 지난 3년간 개고생해서 간신히 잡아놓은 물가인데… 괜시리 인플레가 되살아나게 되면… 이건 최악의 그림이 되겠죠. 실제 이번 CPI에서 OER이 높게 나온 것이 상당히 찜찜할 겁니다.

두번째는 시장의 두려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빅컷을 했을 때.. 시장이 “내가 모르는 뭔가 있다!!”라면서 한꺼번에 출구로 도망갈 수 있죠. 과거에도 빅컷이 되려 성장 둔화의 신호였다… 라는 얘기가 많으니… 경기 살리려고 단행한 빅컷이 경제 주체의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 역시 상당할 겁니다. 빅컷이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 연준이 알 수 있을까요… 이것도 고심이 되는 부분일 겁니다.

세번째… 되려 빅컷으로 인해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게 되고 자산 가격 조정폭이 깊어지게 되면… 지난 해 8월 5일 보았던 엔캐리 청산이라는 괴물을 다시금 보게 될 수 있죠. 미일 금리차가 줄어들게 되고… 미국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미국에서 대규모 엔화 자금 유출의 공포가 고조될 수 있습니다. 이건 연준이 원하는 바가 될 수 없죠. 여기까지 읽으면 빅컷 했을 때의 후달림도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아직 안끝났습니다. 네번째가 연준 매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이 형님들이(아.. 누님도 계시죠..) 아니.. 뭐가 그리 급하냐… 진짜 급하면… 이번에 25bp낮추면서 비둘기 신호를 보내라… 이번에는 25bp지만.. 언제든 50bp낮출 수 있어요~ 커밍순~이라고 하면 되지 않냐… 라고 딜을 치려고 할 겁니다. 그럼 이런 얘기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이런 것도 빅컷으로 가는 길의 장애물이 될 수 있죠.

음… 그럼 포기할까요? 미래를 알 수도 없고… 연준 내에서도 말이 많은데… T.T 그래도 일단 방법은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소설인데요… 이런 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고민에 돌입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하나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22년 6월의 기억이죠. 당시 연준은 3월 25bp, 5월 50bp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부담이 여전히 높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늦게 시작했기에… 빠르게 올려야 했죠. 그래서.. 22년 6월 FOMC를 앞두고 75bp 자이언트 스텝을 검토했던 겁니다. 그런데 몇가지 고민이 생겼죠. 이거 했다가 실제 자산 시장도 나락가고… 실물 경제도 나락가면 안되쟎아요.. 그래서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고민했던 겁니다. 그런데 고민한다고 해결이 되는 건 아니죠. 간을 좀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당시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우는 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를 통해서 6월 FOMC를 앞두고 3일 전 쯤에 75bp 인상 가능성을 흘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간을 본 다음에 연준 위원들 설득에 나섰죠. 당시에는 금리 인상을 원하는 매파들(에스더 조지 누님이나 불라드 형님)은 75bp인상을 오케이했는데요… 비둘기들은 부담스러워했죠. 그 때 비둘기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에 75bp를 올려서 인플레를 선제적으로 제압해야 나중에 덜 올릴 수 있다구요.. 지금 많이 올려야 최종적으로 덜 올릴 수 있습니다. 지금 약 빨리 먹어야 나중에 수술 안해도 되요~라는 식의 설득을 했던 것이죠. 그리고 실제 6월 FOMC에서 75bp인상이 단행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그럼… ㅎㅎ 이번에도 간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참 미묘한 타이밍에 티미라오스 기자의 50bp 빅컷 가능성 기사가 흘러나왔죠. 22년 6월을 생생히 기억하는 시장의 입장에서는 데쟈뷰를 보는 느낌일 겁니다. 그럼??ㅎㅎ 만약 시장이 “내가 모르는 뭔가 있어… 아흑..” 하면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면… 그리고 너무 꺄오~~ 하지만 않는다면… 빅컷도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걸 반대하는 연준 내 매파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 되겠죠. 이번에 인하를 크게 해서 급격한 성장의 둔화를 방어해야 나중에 덜 내릴 수 있는 거 아니냐… 괜히 고집부리다가 경기 둔화가 빨라지면 진짜 빅컷 자이언트 컷 울트라 컷 컷 제곱 컷 세제곱도 나올 수 있다… 뭐 이런 식의 설득을 하게 되겠죠. 이런 식의 설득은 22년 6월 비둘기를 설득했던 때와는 정반대의 케이스라고 보시면 되구요… 2012년 7월을 거치면서 3차 양적완화를 준비하던 당시 연준 의장인 버냉키가 추가 양적완화는 절대 안된다고 거품을 무는 매파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썼던 방식과 유사하죠. 당시에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혹시 불안하니까.. 이렇게 우선 3차 QE를 시작해보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 때 언제든 중단할 수 있고… 필요하면 되감을 수도 있으니.. 일단 해봅시다~ 돈 워리 비 해피… 라는 식으로요… 물론 이후에 중단도… 되감는 것도 없이 주욱 밀고 나간 기억이 있죠.

연준의 빅컷 이슈가 부각되며 금융 시장은 다시 한 번 환호를 했죠. 연준의 빠른 금리 인하가 실물 경기의 하단을 방어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겁니다. 그럼 연준의 빠른 금리 인하를 반영해서 단기 금리는 크게 하락했을 것이구요… 실물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면서 장기 금리의 하락폭은 제한되었을 겁니다. 그럼 단기 금리는 많이 내리는데 장기 금리는 찔끔 내리게 되니…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었죠. 주가 및 금 가격 역시 강세 전환된 모습입니다.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빅컷 기대를 너무 많이 머금고 자산 시장이 너무 앞서가면… 되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겁니다. 차주 FOMC… 아주 흥미로워 보입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저는 FOMC 전날 에세이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