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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금리는 움직이는 거야 - 오건영 님

category 경제 2024. 10. 11. 08:21



미국이 허리케인 영향권에 들어왔다고 하네요. 100년 만의 허리케인이라고 하니.. 그 위력이 상당한 듯 합니다. 아무쪼록 무탈하게 지나갔으면 하네요. 허리케인에 대한 기억이 몇 가지 있는데요… 05년의 그 유명한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즈를 뒤집어엎었죠. 당시 부시 행정부에는 큰 부담 요인이었고, 유가의 상승 및 재정 적자 급증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국에 머물던 2012년 샌디라는 넘이 찾아왔더랍니다. 저는 애틀랜타 쪽에 있어서 영향권은 아니었지만 뉴욕 쪽은 상당한 타격이 있었다고 하죠.

그리고 기억나는 것이 2017년 허리케인 하비였습니다. 하비의 기억은 두가지였는데요… 이 넘이 워낙 강해서 피해가 크다보니 당시 국내에서 재해보험채권이 유행했는데… 그런 채권들의 손실이 커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2017년 당시 하비의 피해는 연준의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줬죠. 2017년 3, 6월에 걸쳐서 분기마다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연준이었는데요… 하비의 피해 및.. 당시 시작하고자 했던 양적긴축에 대한 부담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쉬어갔던 기억이 있죠. 결국 17년에는 3, 6, 12월… 세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그쳤던 바 있습니다. 당시 자산 시장에는 부담을 확연히 줄여주는 요인이었죠.

그리고 기억나는 것이 2021년 9월이었나요.. 허리케인 아이다입니다. 당시 연준에서는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고… 다행히 국제 유가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황이었죠. 참고로 그 때.. 4월인가요… 수에즈 운하를 배가 막아서면서 유가가 급등했던 기억이 있죠. 공급망 혼란에 따른 인플레 압력 확산… 이라는 얘기가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때였는데요… 유가가 안정되면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아놔… 아이다의 등장으로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죠. 물론 당시 오랜 기간 이어진 부양책으로 수요가 강해지면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진 면도 있지만… 이 때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국제 유가 역시… “일시적” 수사에는 쐐기골을 박았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고 하는데요.. 전일 발표된 CPI를 보면… 헤드라인은 많이 내려왔는데… 핵심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 되려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죠. CPI와 핵심 CPI의 갭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였겠죠.. 그런데 에너지 가격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것이…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일 CPI를 보면 주거비는 어느 정도 풀리는 듯 한데요.. 문제는 의료비 관련 보험료나 중고차 비용 등이 올라오는 거였죠. 연준이 관심을 가지는.. 아니아니.. 연준이 관심을 가졌던 슈퍼코어 인플레이션(핵심 물가에서 주거비까지 빼고 계산)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토플 시험 보는 느낌인데요… 이게 4과목이거든요… 한 과목이 정말 안되어서리.. 겁나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에는 올렸다 싶으면.. 다른 과목이 무너지면서 총점 불변의 법칙을 기가 막히게 만들어내는 마법의 시험으로 알려져있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끈적하다는 것… 연준에게는 상당히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연준의 스탠스는 확연합니다. 물가가 안정된다고 치고… 성장에 관심을 기울이자라는 것이죠. 그런데..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물가가 3%언저리에서… PCE기준으로는 2%후반대에서 끈적거리고 있으면… 연준이 목표로 하는 2%에 대한 의지에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상당히 조심스럽지만.. 연준이 2% 물가 목표를 알아서 유연하게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마.. 물가가 끈적거리는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이런 시장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죠. 연준 역시.. 이 부분에는 주목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그런 움직임을 처음으로 보인 것이 오늘 새벽 인터뷰를 했던 애틀랜타 연은의 보스틱이었습니다.

보스틱은 11월 기준금리 인하를 스킵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죠. 11월 8일이 FOMC니까요.. 그 전에 물가 관련 지표는 이번 달 말의 PCE와 미시건대학의 기대인플레 정도가 전부일 겁니다. 그 때 발표되는 고용이나 제조업 혹은 서비스업 지표가 양호하다면… 보스틱의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죠. 이번 물가와 고용 데이터로 인해 지난 번 반대표를 던졌던 보우먼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흐름이 강화될 개연성이 있구요… 연준의 금리 인하를 막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 속도와 깊이를 줄여야 한다는 연준 내부의 주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실제 보스틱은 연준이 목표로 하는 장기 중립금리가 3~3.5%수준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죠. 굴스비는 2.5~3.5%로 다소 넓게 얘기하고 있구요.. 현재 연준은 2.9%정도로 점도표에서 찍어놓은 상태입니다. 물가가 끈적거리고… 성장이 생각보다 양호하다면 중립금리가 상향 조정될 수 있죠. 이게.. 참 흥미로운 것이… 중립금리는 정해져있는 게 아니죠. 적정 몸무게가 모든 사람에게 걸쳐 동일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겁니다. 연준이 강한 경기 부양 케어를 통해 불황이 오지 못하게 최대한 틀어막는다면… 그로 인해 인플레의 불안을 일정 수준 용인한다면…. 기존보다 중립금리가 슬그머니 올라오게 되겠죠. 네.. 앞에 부양을 강하게 해서… 지금을 행복하게 만들면… 뒤의 중립금리가 올라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중립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룸이 줄어들게 되구요… 그렇게되면… 자연스럽게 금리 인하의 폭과 금리 인하의 속도 역시 둔화될 수 있죠. 사상 최고치의 주가 및 주택 가격과… 최저 수준의 실업률, 그리고 여전한 인플레 불안을 안고 가고 있는 현재의 인하 사이클… 방금 말씀드린 중립금리 상향 조정에 대한 도전을 상당히 크게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말을 지나면서 이스라엘의 행보가 어찌되는지가 관건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외에도 중국이 재정 부양을 어느 정도로 발표하게 될지… 이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내려놓게 되면… 적어도 9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중국이 바뀌었어요’라는 레토릭이 물거품이 될 수 있겠죠. 주말 에세이에서 재정 부양과 함께 중국을 조금 더 깊이있게 다루어볼까 합니다.

이제는 허리케인과 움직이는 중립금리까지 신경쓰네요… 어려운 시장입니다. 주말 에세이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