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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금리 역전이 되면 1년쯤 후에 경기 침체가 찾아온다.. 라는 얘기가 있죠. 실제 22년 하반기 금리 역전이 된 이후… 경기 침체는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릇된 예언자인가요? 과거 에세이에서 지표의 의미에 대해서 충분히 말씀을 드렸으니.. 이론적인 내용은 생략하구요… 과거와 변한 것 하나만 짚어볼까 합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되면 침체가 찾아온다.. 라는 얘기를 일부 전문가들이 알고 있고… 그걸로 대중에 경고를 합니다. 과거에 이런 복잡한 내용을 모르던 대중은 ‘뭔소리??’하면서 넘겼지만 이제 유튜브 등으로 중무장한 개인들은 달라집니다. 실제 그 지표의 역전을 보면서 경기 침체를 걱정하게 되죠. 그럼 단순히 전문가들만 침체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침체를 걱정하는 겁니다. 그럼 그 숫자가 늘어난 만큼 내 지인 중에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침체의 레토릭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번져나가게 되겠죠.


많은 이들이 침체를 걱정합니다. 그리고 예상합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많은 이들이 소비를 줄이고, 많은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를 줄일 겁니다. 해고도 늘리게 되겠죠. 그럼 장단기 금리 역전 때문에 침체가 오는 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침체가 올 것이라 믿으니까 침체가 현실화될 수 있겠죠. 과거와 달리 훨씬 많은 이들이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인한 침체를 걱정합니다. 침체의 레토릭이 보다 강해진다면… 미국 행정부도 보다 강한 대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네.. 그래서 22년 하반기부터 미국 행정부는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강력한 대응에 나서게 되죠. 학자금 대출 탕감 등이 대표적인 재정 지출의 컨텐츠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서 침체의 싹을 잘라버리게 된 겁니다.


하나 더.. 최근에 샴의 법칙이라는 게 유행했죠. 최저 실업률을 유지하다가 실업률이 살짝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튀는… 결국 경기 침체로 직결된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8월 초에 발표된 미국 7월 고용 지표는 실업률 상승으로 인한 실망감을 작렬시키면서 샴의 법칙을 발동시킵니다. 그랬더니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레토릭이 다시 한 번 엄청나게 힘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런 레토릭은 미국에서의 자본 이탈로 연결되게 되는데요… 그게 지난 8월 5일의 엔캐리 청산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과거와 다른 것은요… 과거보다 시장이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는 겁니다. SVB사태 때 뱅크런이라는 말보다는 엄지런이라는 얘기가 유명해졌었죠. 침체가 온다는 기대가 커지면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대응이 필요한 겁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이 봤을 때에도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죠. 실업률이 오르는 것이… 과거처럼 실제 해고가 늘어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민자의 증가로 인한 노동자 공급의 증가로 실업률이 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하한 이유에서건 많은 사람들이 실업률 그 자체의 상승을 우려한다면… 그런 디테일은 사실 무의미하죠. 샴의 법칙 그 자체보다도.. 샴의 법칙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침체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구인 구직 비율이 1:1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빈 일자리가 넘쳐났을 때에는 일자리가 계속해서 줄어들어도 실업률이 높아지지 않지만… 이제는 빈 일자리가 줄어들면 실업률 증가의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질 수 있죠. 실제 그 원인이 전혀 다르다고 해도 실업률의 급등과 샴의 법칙이 현실화되었다는 레토릭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겁니다. 그럼 연준 입장에서도 발빠른 대응을 해야하는 것 아날까요.. 그래서 9월에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한 것이겠죠.


이번 50bp인하를 계기로 연준의 스탠스는 확연히 보이는 듯 합니다.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경기 침체가 닥쳐올 수 있다는 기대.. 이 둘이 있는데요.. 물가 상승에 대한 두려움.. 혹은 그런 기대가 보다 크다면 금리 인하를 하지 못했겠죠. 반대로 경기침체에 대한 기대… 두려움.. 이게 상당히 큰 듯 합니다. 그리고 침체가 온다면.. 그 속도가 상당히 빠를 수 있다는 우려… 이게 연준을, 그리고 전세계 중앙은행을 금리 인하로 내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23년 상반기까지는 물가 쪽 기대가 훨씬 컸다면… 23년 하반기부터는 물가와 성장 기대가 균형을 이루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성장 둔화.. 즉 침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점… 상대적으로 물가에 대한 두려움은 작다는 점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물가가 재차 튀어오르기 전에는 성장 쪽에 방점을 두면서 금리 인하를 이어가되… 속도 조절로 대응을 하려 하겠죠.


이후 침체의 레토릭이 힘을 잃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침체 온다는 얘기가 하나의 양치기 소년이 된 것이죠. 인디언 기우제처럼… 침체론이 힘을 잃게 되면… 사람들은 침체를 걱정하면서 고용이나 투자를 줄이거나 소비를 최소화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금리 인하 속도를 천천히 가도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전일 애틀랜타 연은의 보스틱 총재도 마찬가지이구요… 지금 연준 내 매파와 비둘기파 모두는 거의 합치가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중립 금리 수준까지 내리긴 내릴 것이다.. 라는 건 일치하고 있죠. 다만 그 속도를 과도하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 라는 데 대해서도 합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립금리 레벨은 내년 말까지 3.25~3.5% 수준으로 예고하고 있죠.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이구동성으로 하고 있는 겁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속도를 조절할 때 브레이크로 조절하는 방법과 엑셀로 줄이는 방법이 있죠. 도심 운전을 할 때는 브레이크가 필수입니다만… 고속도로를 타면 브레이크를 쓸 일이 많지 않을 겁니다. 엑셀로 속도를 조절하는 수준이겠죠. 네… 이제 금리 인하의 방향성.. 그리고 레벨은 어느 정도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이 된 듯 합니다. 연준은 브레이크를 쓸 일이 거의 없는 것이죠. 이제 속도.. 즉 엑셀을 조절하면서 대응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거의 합치 수준인 연준 내 매파와 비둘기파의 갭은 향후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다시 치솟는 움직임을 보여야 다시 균열 기조를 보이게 될 듯 합니다. 참고로 현재 시장에서 바라보는 연준 금리 인하 확률을 보시면 내년 말까지 3.25~3.5%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짚고 있습니다. 연준 내 매파와 비둘기파, 그리고 마켓이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죠.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적이 그닥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삼위일체(?)가 된 상황에서의 시장 금리 등의 지표들… 이게 하나의 기준점도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네. 연준은 고속도로에 올라타서 여유있게 엑셀로 속도만 조절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장과의 소통도 어느 정도 마무리해놓은 상황이죠. 이제 일본으로 넘어갑니다. 일본은 미국과 프레임은 비슷한데요… 조금 더 골치가 아픕니다. 일본은 물가가 튀는 것보다는 성장이 재차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보다 크게 갖고 있었죠. 그래서 물가가 올라도 금리를 인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런데요… 성장은 꽤 탄탄해보이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니.. 이제 물가 쪽에 조금 더 비중을 두려했었죠. 그러나 8월 5일날… 그 충격을 보면서 아직 성장 둔화 기대가 시장에 남아있구나… 잃어버린 30년이 만들어낸 경기 침체에 대한 기대는 생각보다 뿌리깊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죠. 물가에 대한 기대(두려움)와 침체에 대한 기대(두려움)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죠.

이 둘이 균형을 이루면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이 어느 한 쪽에 포커스를 두지 못하고 오락가락하게 됩니다. 마치 지난 해 연준이 그랬던 것처럼요… 보시면 올해 초만 해도 일본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속도를 아주 천천히 가겠다는 얘기를 했죠. 그게 엔 약세 & 고물가를 꺾지 못하니 지난 7월에는 이 악물고 물가 잡는데 포커스를 맞춥니다. 그게 순식간에 엔 캐리 청산을 부르니 깨갱하면서 다시 성장을 보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했죠. 그런데요… 엔화가 재차 약세를 보이자.. 일본에서는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엔화, 2개월 만에 달러당 150엔 ‘약세’… 재무성 ‘긴장감 갖고 주시’”(서울경제, 24. 10. 18)

엔 강세 속도가 빨라서 부담된다고 했던 것이 엊그제인데… 지금은 약세 속도가 빠르다고 두 달만에 태세 전환에 돌입했죠. 이거 막으려면 외환 시장에 개입을 하거나 금리 인상을 해서 반대로 꺾어야 합니다. 방향성이 잡히지 못하고 와리가리하니… 엑셀로 조절하는 게 아니라 순간 순간 브레이크를 잡아야 할 겁니다. 그게 지금 일본은행의 상황이죠.

마지막입니다. 중국은 난이도가 더 높은 듯 합니다. 이런 비유를 들어보죠. 어떤 동물을 키우는데요.. 그 동물의 몸에 기생충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밥을 주면 80%는 기생충한테.. 20%는 그 동물에게 가는 겁니다. 기생충이 남아있는 한 밥을 주는 대로 훨 많은 비중이 기생충에게 흘러들어가는 구조죠. 그럼 밥을 안주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럼 기생충과 동물이 함께 죽게 되겠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T.T 적어도 중국 입장에서는 부동산 버블이 그런 기생충처럼 느껴질 겁니다. 돈을 푸는 족족 성장에 고이는 것보다는… 부동산 쪽에 엄청나게 쌓이는 구조일 테니까요.. 그러니 부양책을 쓸 때에도 고민이 상당했을 겁니다. 그런데… 계속 지원을 끊어놓으면서 부동산 버블 심리를 잠재우려 하니.. 그로 인해 중국 경제가 둔화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더 가면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 이게 중국 당국을 자극했을 겁니다. 급한 만큼 지금은 기생충이건 뭐건… 부동산이건 뭐건…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정책 패키지를 준비한 것이죠.


그 패키지는 우선 예상을 뛰어넘는 통화 완화를 가리킵니다. 금리 인하 및 지준율 인하의 속도를 시장의 기대보다… 과거 케이스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몰고 가려 하죠. 두번째는 금융 시장, 특히 주식 시장을 부양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돈을 풀었을 때 부동산보다는 주식 시장으로 흘러가는 게 더 낫겠죠… 다만 건전한 방식으로요…(2015년에는 여기서 문제가 터졌었죠). 그래서 중국 기관들에게 주식을 살 수 있는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세번째는 부동산을 직접 끌어올리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정책을 쓸 때는 망설임이 상당해질 겁니다. 그래도 답이 없죠.. 하는 수 밖에.. 다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등떠밀려서 하니.. 천천히… 그리고 밍기적… 그리고 시장의 기대를 깨는 정책을 내기가 어려운 겁니다. 지금 특별국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부동산 회사들 밀어주고.. 이들이 미분양 주택 등을 매입해주는 정책 등을 시장에서는 기대하고 있죠. 그리고 과감한 재정 정책도 주문하고 있구요… 마지막으로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호구제 개혁 역시 함께 고려되고 있습니다.


기생충이 있더라도 죽일 수는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나섰죠. 기생충이 강해질 것 같다고 하면.. 속도의 조절… 혹은 신중함.. 이런 것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중국 쪽에서 변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일중의 상황을 체크해봤습니다. 차주에 중국 얘기로 조금 더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