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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강한 이유 - 오건영 님

category 경제 2024. 12. 18. 08:25


요즘 투자자분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확연히 느껴지는 것이 국내보다는 해외 자산, 특히 미국 주식 시장 투자에 대한 관심입니다. 뭐랄까요… 불과 5~6년 전만해도 리서치 담당자들과 함께 미팅을 나가면 1차로 궁금해하시는 것이 내년도 코스피 밴드였죠. 그런데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코스피 지수 밴드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십니다. 되려 미국 주식 중에서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보면 되는지에 관심을 크게 나타내시곤 하죠. 미국 주식 시장의 성과나 제도, 그리고 달러라는 통화가 갖는 힘까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답이다.. 라는 논리에는 사실 딱히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왜 이렇게 미국은 강한 움직임을 이어가는 것일까요.

결국은 압도적인 성장이죠. 미국 예외주의라는 말… US exceptionalism은 거의 현실화된 듯 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이 선택해온 길은 정말 탁월했죠. 2010년 경기 침체의 갈림길에서 유로존은 긴축을 택하면서 금리를 인상한 반면, 연준은 양적완화를 더욱 확대하면서 돈 풀기에 제대로 돌입했죠. 부채 부담으로 인해 경제 체력이 크게 약해진 상황에서는 돈 풀기가 답이라고 했던 버냉키의 당시 판단은 현재까지만 보면 옳은 얘기였죠. 이후 유로존과 미국의 경제 성장세 및 금융 시장 성과는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후 2016년.. 전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강해졌을 때 미국의 판단 역시 양호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옐런은 고압경제를 언급했었죠. 만성적인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솔루션… 이에 대해 옐런은 고압경제로 대응할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침체가 이어지는 이유는 만성적인 수요 부족에 기인하죠. 워낙 오랜 기간 경기가 안좋았고 앞으로도 안좋을 것이라는 두려움… 그런 기대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보다는 저축을 장려하게 됩니다. 금융 위기 이후 쌓인 부채와 쉽게 회복되지 않는 고용에 이르기까지… 경기 침체에 대한 심리가 자리하게 되면서… 그 심리는 계속해서 경제 체력을 더욱 좀 먹어들어갔죠. 마치 디플레이션 늪에 빠진 일본처럼…

옐런은 여기서 미국 경제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만성적인 초과 수요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죠. 과도한 수준의 경기 부양… 이를 통해 수요가 넘치게 되면…. 그런 수요가 향후에도 넘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면… 그때부터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고… 그렇게 창출한 고용이 임금을 끌어올리면서 소비의 증가로… 그리고 소비의 증가가 새로운 경제의 성장을 만들어낸다는 주장이었습니다. 2017년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는 그 신호탄이었구요… 2020년 코로나 사태는 그런 고압 경제를 진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죠. 팬데믹이라는 명분이 생긴 만큼 정말 아낌없이 돈을 풀었던 것 같습니다. 2020년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 돈을 풀었을 뿐 아니라 옐런 본인이 재무장관으로 재직하게 된 2021년 더욱 적극적인 돈 풀기를 시작했죠.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된 강력한 부양책은 미국 경제를 성장 궤도에 제대로 올려놓았죠.

금융 위기 이어져온 미국의 차별화된 성장… 그리고 필요한 경우 기축 통화의 힘을 통해 언제든 쏟아낼 수 있는 부양책… 혁신적인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다른 국가들과 미국을 비교하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전세계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게 되었죠. 당연히 미국에 유동성이 더욱 더 넘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자산 가격이 더욱 더 상승하게 되겠죠. 그런 자산 가격의 상승은 미국 사람들의 소비를 더욱 더 자극하게 될 겁니다. 물가가 오를 것 같지만… 당장 강해지고 있는 달러와 전략 비축유를 쏟아내면서, 그리고 셰일 오일의 생산을 늘리면서 눌러놓은 국제 유가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제어하고 있습니다. 그럼 성장은 강한데 물가는 안정되는..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게 되죠. 그런 상황을 보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더욱 더 대미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미국이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그런 그림인가요.

2010년으로 돌아갑니다. 2010년 11월 3일 미국은 전격적으로 2차 양적완화를 결정하죠. 당시만 해도 양적완화라는 단어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컸습니다. 저런 형태로 돈을 푸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 이게 거대한 인플레를 만들 것이라는 경계감.. 이런 게 워낙 강했죠. 이렇게 풀려나온 돈은 당시까지만 해도 성장 엔진의 핵심에 있던 신흥국, 특히 중국으로 몰려가기 시작했죠. 신흥국으로 몰려드는 달러 자본으로 인해 신흥국 통화는 절상 압력을 받았고, 신흥국 자산 시장은 버블 우려에 시달렸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브라질과 중국이었던 거죠. 그런 미국의 돈 풀기는 2010년에 그치지 않고… 2012년의 3차 양적완화, 그리고 2020년의 팬데믹 지원, 2021년의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지원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누적으로는 상당한 금액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신흥국으로 쏠려가던 그런 투자자금들이 이제 미국으로 빽을 하고 있는 그림이죠. 워낙 많이 풀어놓은만큼 워낙 많은 자금들이 미국으로 회전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흥국은 그런 흐름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죠.

여러가지 시사점이 있을 겁니다. 미국이 왜 강한지를 생각해보는 계기도 될 수 있지만 전세계 과잉 유동성이 한꺼번에 미국을 향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게 될지에 대한 고민도 해볼 수 있죠. 그리고 그 부작용은 어떻게든 조절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쪽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인식… 내일 FOMC에서 어떤 식으로 내비치게 될지.. 관심이 갑니다. 내일 새벽 FOMC 결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