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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시장에 감도는 전운 - 오건영 님

category 경제 2025. 4. 13. 09:03


드릴 말씀이 많은 관계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지난 주 후반부 시장 분위기가 참 독특했죠. 미국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치솟았습니다. 보통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는 어떻게 될까요? 네. 일반적으로는 달러 강세가 나타나곤 합니다. 그리고 미국 금리가 오르면 금 가격은 어떻게 될가요? 네. 금은 약세를 보이곤 하죠. 그런데요… 이번에는 달랐죠. 미국 금리의 급등 속에서도 달러 인덱스는 큰 폭으로 주저앉았습니다. 특히 달러원 환율은 1430원을 하회하는 등 매우 빠른 속도의 하락세를 나타냈죠. 반면 금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면서 관세 부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던 지난 1개월 전의 전고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결국 미국 금리 상승 & 달러 약세 & 금 가격 상승이라는 구도가 나타난 것이죠. 일단 금을 살짝 빼버리면 미국 금리 상승 & 달러 약세입니다. 그리고 지난 주 트럼프의 관세 유예를 제외한다면 미국 주식 시장 역시 상당히 고전했죠. 그럼 주식까지 합치면 미국 주가 하락 &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 & 달러 하락… 이렇게 됩니다. 미국 주식, 채권, 그리고 통화 모두… 세가지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는 이른 바 미국의 트리플 약세가 시현된 겁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2000년대 중반.. 이런 케이스가 있었죠. 당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브릭스의 성장이 강했을 때 달러는 꾸준히 약세를 보였더랍니다. 미국은 인플레 제어를 위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유도했죠. 미국 금리는 올라가는데 달러는 약해지는 그림이죠. 계속해서 약해지려는 달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흐름 때문에 전세계 국가들은 외환보유고에 달러 이외의 자산을 담고자 합니다. 그게 바로 금이라고 할 수 있죠. 2000년대 금 가격 상승세는 상당히 드라마틱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네.. 금리가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성장 둔화 우려를 읽게 된다면 미국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지난 한 주는 미국 성장에 대한 의구심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머뭇거림.. 혹은 유출로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요.. 무엇이 이런 일을 만들어내게 된 것일까요.

여러가지 이슈가 있겠지만 미국에 대한 신뢰의 문제.. 이게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소비의 국가죠. 지속적인 소비를 하면서 무역 적자를 늘려가게 됩니다. 그런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신흥국들은 반대편에서 무역 흑자를 쌓게 되죠. 그럼 미국은 달러 부채가 늘어나는 문제가 생기는데요,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들인 신흥국들이 미국의 국채를 사주는… 즉, 미국에 벌어들인 달러를 그대로 빌려주는 상황이 되죠. 그럼 미국은 끊임없이 돈을 빌릴 수 있게 되구요, 다른 국가들을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계속해서 미국에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게 됩니다. 저금리로 돈을 계속 빌리는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힘까지 등에 업고서 지속적인 소비를 해왔던 것인데요…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런 미국의 재정 및 무역 적자가 어느 정도 한계 상황에 온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에 트럼프의 가신이라 할 수 있는 스티브 미란은 이런 주장을 하죠. 미국 이외 국가들은 미국에 물건을 팔면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러면 미국은 무역 적자인데… 교과서에 보면 무역 적자가 발생하면 해당 국가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에 유리한 지위를 점하게 되어 수출을 통해 무역 적자를 줄이게 된다고 배우죠. 그런데요… 미국 달러화는 쉽게 약해지지 않습니다. 두가지 이유인데요.. 하나는 미국이 워낙 좋은 투자처인지라 다들 미국 자산을 사려고 하고… 미국 자산 매입을 위해서는 달러를 사들여야 합니다. 네. 무역 적자에도 불구, 미국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달러는 강세를 나타내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른 국가들이 외환 보유고를 달러로 쌓고 있는데서 문제가 생기죠. 외환보유고를 달러로 쌓고.. 이런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들입니다. 외환보유고를 쌓는데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니 당연히 달러가 강세를 보이게 될 겁니다. 결국 미국 자산의 매력이 높아서,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외환보유고에 미국 달러 표시 미국 국채를 많이 담아서… 달러가 약해지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해소되지 못한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미란은 말하죠. 미국에 수출을 해서 달러를 벌었고, 이런 달러를 자국의 보호를 위해 그 좋은 미국 국채를 외환보유고에 담고 있다구요.. 그리고 그 국채를 위해 미국 정부는 계속해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겁니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 사실 상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부를 착취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 상황에서 자기들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 미국 국채를 외환보유고로 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는 강세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수출 경쟁력은 계속해서 바닥을 향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미란은 말합니다. 이렇게 좋은 미국 국채를 자신들 국가의 대외 안정을 지키기 위한 외환보유고로 쓰고 있다구요.. 그래서 이렇게 좋은 미국 국채를 쌓는 만큼…. 미국채 보유에 대한 수수료를 내라고 말합니다. 헐… 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죠. 잠시만요… 그 동안 전세계 국가들의 교역이 안정세를 보였던 이유는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있었기에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미국 국채를 외환보유고에 담았던 것이죠. 그런데 어느 날 한 순간 교역관계까지 순식간에 뒤집으면서 말도 안되는 관세를 때리고, 외환보유고에 담겨진 미국 국채에 대해 수수료 내라고 압박합니다. 이런 국가와의 거래.. 어안이 벙벙하지 않을까요? 그럼 당장은 당황해서 거래에서 실수 할 수 있지만… 적어도 그 이후에는 예측불가능한 깡패 국가와는 거래를 하려 하지 않겠죠. 그게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게 됩니다. 높은 이자를 받아보려고 미국 국채에 투자했는데, 되려 수수료를 부과해야 하니… 투자자들 입장에서 미국 국채의 매력이 크게 감소하는 겁니다. 그럼 미국 국채 매입이 줄어들게 되겠죠.

여기에 하나 더… 스티브 미란은 기존 1~2년 만기 국채들을 100년 만기 국채로 바꾸어준다는 파격적 발언을 합니다. 그리고 이자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요… 1년 후 대출갚아야 하는 홍길동이 갑자기 대출 만기가 되니까 전화해서 한다는 얘기가 100년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합니다. 100년 국채 스왑 얘기가 이거죠. 그런데요… 이런 딜이 계속해서 이루어진다면 미국 1년, 2년 국채를 사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샀는데 어느 순간 트럼프의 마음이 바뀌면 100년으로 변경이 되는 거죠. 와.. 미국 국채 보유에 대한 수수료 부과, 그리고 100년 대출로 전환 등은 신뢰의 아이콘 미국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을 움찔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미국 국채를 외환보유고에 담는 게 꺼려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언제 100년 짜리로 바뀔지 모르는 불안한 미 국채에 투자하는 것도 두려워지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과 관세 전쟁을 치열하게 벌입니다. 중국은 미국을 흔들 수 있는 무기가 있다고 말하죠. 정확히 말은 안해도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던지면서, 미국 금리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을 겁니다. 신뢰의 문제로 사려는 수요자들이 주춤하는데… 기존 큰 손인 미국 국채 대규모 보유국 중국이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두려움… 미국 국채를 사는데 후달리게 만드는 요인 아닐까요?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럼 당연히 미 국채를 사는데 필수인 달러 환전 역시 주춤해지겠죠. 달러 수요가 줄어들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게 되는 겁니다. 네.. 미국 금리가 치솟는 이유…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의 문제 부각 & 중국의 매각 우려… 이게 겹쳤다고 볼 수 있죠.

미국이 계속해서 소비할 수 있는 이유..., 결국 누군가가 돈을 빌려줘서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미 무역흑자국들이 미국채를 사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그런데 그런 미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미국은 소비로 성장하기… 쉽지 않겠죠. 그럼 미국도 공장 지어서 생산을 성장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미국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들어와서 제조업을 하려고 해도… 신뢰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언제 어떻게 뒤집을지 모르는데… 그래서 트럼프의 과도한 관세 정책 밀어붙이기는 그 순간에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길게는 신뢰의 스크래치를 만들게 될 수 있습니다. 눈 앞에서는 이익이 나지만, 더 이상 그와는 거래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이 향후 왕따를 놓으면서 이른 바 소탐대실로 끝나버릴 수 있죠.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느끼는 부담은 상당할 겁니다. 그게 그 중요한 관세 정책에서의 일부 후퇴를 만들어낼 수 있죠. 단기 인플레 부담을 느끼는 연준은 연준 풋으로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난 번 에세이에서 말씀드렸지만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금리 인하가 시장 충격을 모두 상쇄하는 것은 아니죠. 시장 충격을 이겨낼 정도의 과감한 통화 완화가 필요한 겁니다. 연준은 물가안정, 성장 극대화 이외에도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죠. 금융 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이면서 지난 주 보셨던 채권 시장의 불안이 이어진다면 연준도 분명 행동에 나서야 할 겁니다. 2022년 9월 영국은 리즈 트러스 내각의 삽질로 국채 시장 불안이 이어지자 금리 인상의 한복판에서 일!시!적! 양적완화를 단행했던 바 있죠. 연준 역시 이런 형태의 옵션은 가능할 수 있지만… 이게 디플레가 심했던 코로나 때처럼 과감한 돈 풀기… 이른 바 연준 풋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겠죠.

재정적자가 커져있는 상황에서 재정 매파에 속하는 베센트를 보면 바이든 때처럼 재정 지출을 통해 자산 시장을 자극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 결국 트럼프가 과감하게 치고 나온 관세 정책에서 일부 변화를 줘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겁니다.

미국 국채 시장에서 번져오는 미국에 대한 신뢰 리스크… 향후 마켓의 핵심 포인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연준과 재무부 풋이 어렵다면 아마도 관세에 있어 지속적인 조정을 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호 관세 90일 연기에 환호하느라 다들 크게 신경을 못쓰지만… 현재 각국에 대한 기본관세 10%는 이미 부과가 되었고, 품목별 관세 역시 효력을 발휘하고 있죠. 20~30%의 상호관세와 대중국 고율관세로 시장을 흔들어버리면서 이슈화시킨 이후 그걸 연기하니 10%의 기본관세를 받아들이는데 대한 저항은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중국과의 무역 전쟁 이후에는 지금의 기본 관세 역시 이슈가 될 수 있겠죠. 그 부담 때문인지… 전일 밤 미국 행정부는 주요 품목에 대한 기본관세 면제까지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하죠. 네.. Elevate to deelevate의 움직임을 향후에도 이어갈 듯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신뢰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하겠죠.

이제부터는 미중 양국간의 갈등과 함께 기존에는 보기 어려웠던 신뢰의 리스크… 이걸 어떻게 줄여가는지… 관세 협상과 함께 만들어내는 시장의 변화무쌍한 상관관계에 주목하셔야 할 듯 합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